현대미포 23년 무분규 행진 끝나나…노조, 파업권 확보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현대미포조선 (73,600원 ▲500 +0.68%)(이하 현대미포)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다. 추후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이 회사의 23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 기록이 깨진다. 하투(여름 투쟁)를 넘어 추투(가을투쟁)으로 이어지는 조선업계 노사갈등에 현대미포도 가세할 가능성이 열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이날 현대미포 노조가 신청한 노동쟁의조정 관련,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 노조는 이날부터 파업권을 갖게 됐다.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 권한을 갖게 된다. 회사 노조는 이달 초 96% 이상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였다.

노조가 추후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미포의 23년 연속 무분규 교섭 달성은 무산된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는 22년 무분규 교섭을 이어가며 파업이 빈발한 조선업계에서 모범적 노사 관계의 표본이 됐다.

회사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867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연차별 임금격차 조정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노조가 파업권을 갖게 된 배경이다.

조선 시황에 대한 노사 양측 시각차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탓에 글로벌 발주가 줄어들어 노조 요구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 사측 논리다. 글로벌 발주 위축 탓에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올해 상반기 회사 영업이익은 580억원으로 전년대비 39.4% 증가했다. 지난해 수주물량이 매출로 반영된데다 환율상승 효과까지 겹친 덕이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주장할 근거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미포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 노조는 조선 업황이 최악이던 2016년에도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결국 그해 무분규로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다"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미포 노조는 아직 올해 구체적 파업 일정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