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가속…'레드오션' LCC 무한 생존경쟁

"대내외 항공시장 여건악화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극복 경영체재로 전환할 것입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지난 16일 내놓은 임직원 담화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사장은 "단기간 내 위기 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스타항공은 객실 승무원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직(10~12월) 신청을 받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 업계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수요 둔화,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일본 여행 거부 운동까지 겹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신규 LCC 취항으로 출혈 경쟁이 더 심해져 LCC 업계 전반에 '생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LCC들이 취항을 앞두고 있다.

플라이강원(양양공항 거점)은 지난 16일 1호기 인수행사를 열었다. 보잉 737-800 기종인 1호기는 2012년 생산돼 노르웨이 에어셔틀이 운영하던 항공기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4월 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비행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AOC가 발급되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내선을, 12월엔 대만, 베트남 등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항공면허 취득 직후 대표자를 변경해 논란이 일었던 에어프레미아(인천공항 거점)도 지난 1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변경면허를 취득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1월 말 AOC를 신청해 9월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에어로케이(청주공항 거점)도 지난 10일 강병호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이달 내 AOC 신청을 할 계획이다. 에어로케이는 내년 3월 중순부터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LCC 업계 고위관계자는 "경영권 잡음이 있는 LCC에 대해 국토부가 면허를 쉽게 내준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도 '공급과잉'인데 앞으로 출혈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규 LCC들이 단시간 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방 공항의 국제선 수요는 부족한 상황이다. 기존 LCC들이 지방공항에서 운항하는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신규 LCC가 취항할 노선도 기존 LCC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

지방공항 거점도 3년간 유지해야 한다. 국내선 노선 중 수익이 높은 제주노선 역시 공급이 계속 늘고 있다. 국제선만 운항하고 있는 에어서울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음 달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한다.

한계에 몰린 LCC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신규 LCC가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기존 6개 LCC의 경우 올 2분기에 모두 적자를 냈다. 업계 1위 제주항공 (10,720원 ▼270 -2.46%)도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여행수요가 줄어 기존 LCC들의 공급 증가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도 LCC 업계는 항공기를 더 많이 도입하고 있다. 2014년 LCC가 보유한 항공기는 65대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 152대로 늘었다. 여기에 플라이강원(9대), 에어프레미아(7대), 에어로케이(6대) 등 22대의 항공기가 추가된다.

LCC 관계자는 "신규 LCC들이 항공기를 띄우고 3~4년 정도 적자를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LCC 업계의 레드오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