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기전에…세입자 '4년 거주' 가능한 법 만든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당정이 전·월세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세입자는 최초 임대차 계약 2년을 포함해 계약갱신을 통해 최소 4년 이상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전셋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을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법무부와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안정적인 임차기간 보장을 위해 상가임대차인에게 보장되던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 임차인에도 보장하기로 했다”며 “주택상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실효성 확보를 위한 조정신청이 있으면 바로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올 정기국회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예고돼 있었다. 주거복지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부터 도입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도입 시기는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지난달 발의된 ‘전·월세 신고제’ 시행 후 내년 이후에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나, 수도권 전셋값 상승 조짐에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세수급지수는 144.3으로 지난해 8월 마지막 주(144.4) 이후 가장 높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청약 대기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셋값이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세입자 보호 정책을 추진해 조국 법무부 장관에 쏠린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선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본다.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수반돼야 계약갱신청구권이 서민 주거 정책으로서의 의미가 더해 질 수 있어서다. 이미 보증금 인상 상한선을 연 5%로 명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들도 여럿 발의된 상태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 임대료를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이 올릴 수 있고,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할 때 임대료가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집주인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전·월세가격 급등지역이나 고가주택 등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