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벌금 더…'재산비례 벌금제' 반대에 조국이 한 말

조국 법무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18.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18일 당정 협의를 열고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산비례 벌금제'란 기본적으로 행위불법 및 행위자 책임 기준으로 벌금일수를 정하고 경제적 사정에 따라 벌금액을 산정하는 벌금제도다.

◇일수벌금제? 재산비례 벌금제?


재산비례벌금제는 일수벌금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법학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도입 논의가 활발했던 것이다.

지난 2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산비례벌금제와 관련해 "일수벌금제라고 통상 불리기도 합니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며 "제가 만약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공약을 집행하는 것이 장관의 권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도입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재산비례벌금제와 관련해서는 재산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금 현재와 같은 이른바 총액벌금제를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라는 생각들이 많고 실제로 조사하게 되면 재산비례벌금제 지지가 높다"며 "여러 나라 기준으로 조사해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하든 정부 입법으로 발의하든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예컨대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파악할 때 월급 소득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떨어져 적절한 벌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땅에서 이뤄지지 않는 제도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되겠느냐, 가능하겠느냐'합니다만 왜 유럽의 많은 나라가 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재산비례벌금제는 벌금액 산정 시 범죄자의 경제적 격차를 반영, 형벌 효과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기에 기존에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2009년과 2013년 국회에서 일수벌금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일수벌금제는 과제로 계속 검토하고 있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했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재산비례벌금제, 장발장은행 확대"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제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걸었다.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벌금 분납제를 강화하고, 장발장은행을 확대하는 한편 소득비례 차등 벌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난한 이들이 벌금 등을 미납해 비극적 상황에 처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2017년 5월 윤호중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도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 도입된, 소득비례에 따른 '차등벌금제'(재산비례벌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고소득자에 많은 벌금을, 저소득자에 적은 벌금을 부과해 재산에 따른 벌금납부 형평성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언급했었다.

그는 당시 또 "벌금조차 내지 못하는 빈곤·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장발장 은행'을 확대하겠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벌금 미납에 따른 고통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벌금 수십만원이 없어 노역장에 갇히는 민생고가 높다"며 "장발장법(벌금 등 분납제)과 장발장 은행을 강화해 분납·납부연기 대상자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다수 나라도 도입중

조 장관의 말처럼 재산비례벌금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주로 유럽 국가들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핀란드는 1921년 이를 최초 도입했고, 이후 1931년 스웨덴, 1939년 덴마크 등이 연달아 도입했다. 1975년엔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1983년엔 프랑스(경범죄만)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폴란드, 노르웨이, 헝가리, 스위스 등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반면 영국은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재산조사의 어려움은 물론 법관이 형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범죄인이 재산을 고려하는 게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시행 6개월 만에 중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