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멈출 수 있다"... 흥행 '적신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증권사 설립 역시 중단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정성적 이슈”를 언급하며 기준이 지나치다고 했다. 내달 10일로 예정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유력 후보의 이탈 가능성으로 흥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증권업 진출 때문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 인재도 채용했는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나선 핀테크 관련 공개행사였기 때문에 인터넷은행 유력 주자로서 이 대표의 발언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대표는 “금융위와 얘기하면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지만 실제 감독기관과 얘기해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의 생각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금융당국의 ‘수행할 수 없는 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특별한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성적인 이슈”라고만 말했다. 업계에선 토스의 ‘자본의 질, 주주구성의 적정성’에 대한 해법이 핵심 쟁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는 상반기 인터넷은행 심사에서 탈락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의 상당 부분이 상환우선주라는 점을 불안요소로 지적받았다. 토스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VC(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온 결과 작년 말 기준 자본금 128억 중 보통주는 32억원(25%), 상환우선주는 96억원(75%)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환우선주 발행은 비상장 스타트업의 보편적인 자본조달 방식이고 현재까지 투자한 VC들은 장기투자를 약속했다는 게 토스의 입장이다. 하지만 VC의 궁극적 목표가 매각 차익이고 이들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자본 및 주주구성은 ‘은행의 주인으로는 위태롭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었다.

이에 토스도 당국의 우려를 해소할 방법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을 들여온 증권사 진출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는 인터넷은행과 별개로 지난 5월 증권사 설립을 위한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보통 2개월 내 인가 여부가 결정되지만 현재까지 결론이 미뤄졌다. 금융투자업과 은행업 모두 자본·주주 적정성이 핵심인 만큼 해결책을 두고 토스와 금감원의 눈높이가 크게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가 그간 제기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가져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 대표의 돌출 발언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자칫 핀테크의 금융 혁신 행보를 금감원이 발목 잡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난감하다. 내달 10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관심을 보이는 금융회사 또는 IT(정보기술)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유력한 후보였던 토스가 중도에 그만 둔다면 제3 인터넷은행 사업의 흥행은 실패할 수 있어서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19일 (금감원장과) 미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인터넷은행 진출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주셨으면 한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