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 금값 떨어지고 주식은 반등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던 투자상품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은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추세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조짐과 글로벌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안전자산에서 다시 위험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2~3주 사이에 안전자산 가격은 내리고 위험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은 최근 '꼭지'를 찍고 하락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 가격은 올 들어 연일 역대 최고가격을 경신했지만,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g당 6만51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이날은 고점 대비 5% 하락한 5만7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도 크게 줄어 이달 일평균 금 거래량은 7.83kg(킬로그램)으로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 15.4kg보다 절반 가량 감소했다. 국제 금 시세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국제 금 가격은 1온스(28.35G)당 1494.11달러로 최근 고점인 지난달 29일 1547.16달러보다 3.4% 하락했다. 이날 국제 은 시세도 지난 4일 고점인 1온스당 19.39달러보다 7% 내린 18.02달러에 마감했다.


채권 가격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1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15%로 역대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19일 1.093%보다 0.222%P(20.3%) 상승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지난달 16일 1.172%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해 현재는 이보다 0.328%P(28%) 오른 1.5%를 기록 중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미국 국채 가격도 양상은 비슷하다. 미국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현재 각각 1.678%, 1.798%다. 3년물 금리는 지난 4일 저점(1.359%) 대비 23.5% 올랐고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저점(1.462%) 23% 상승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옅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은 최근 상승세다. 1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41% 오른 2070.73 마감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폭락했던 지난달초보다 8%대 상승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도 미·중 무역분쟁 심화 우려로 지난달 하락세가 짙었지만 3대 지수(다우·나스닥·S&P500) 모두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5~6%대 반등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최근 투자심리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활실성을 키웠던 미·중 무역분쟁이 이번엔 어느정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간 단계의 합의'를 언급한 부분이 시장의 관심을 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단 목표치를 낮춘 셈"이라며 "시장 쇼크(무역협상의 갑작스런 결렬)가 나타날 가능성도 함께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 정책을 꺼내 든 것도 시장의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12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예금금리를 기존 -0.4%에서 -0.5% 낮추고, 오는 11월부터는 매월 200억유로(약 26조원) 수준의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게 형성돼 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한층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자산배분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자산 확대는 위험자산에 유리하다"며 "자산 확대 초기 국면에는 경기 민감주, 6개월 이후 시점에선 경기 방어주의 강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동안 리스크온(Risk On, 위험자산 선호 현상) 신호가 강해졌다"며 "코스피의 급반등도 가능해 보이나 2050선 이상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축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