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짜리 건물주·44억 가진 학생…219명 세무조사

# 부동산임대업자 A는 역세권에 위치한 꼬마빌딩을 세 살 짜리 유아인 손자에게 양도하면서 계약금만 수취하고 넘겼다. 상가임대 보증금 승계 외 별도 잔금지급 없이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다. 매매를 가장해 손자에게 부동산을 편법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 누락했다.

# 자산가 B씨는 10대 자녀에게 건물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축소신고했다. 세법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는 건물을 증여하는 경우 기준시가와 환산가액(시가) 중 큰 금액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 기업C는 회사 개발 상표권을 사주 명의로 등록해 사용료를 부당 지급하고, 이후 회사가 다시 고가에 취득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 불법유출했다. 이와 비슷하게 D기업은 사주 장남에게 대여한 자금을 거래처와의 허위거래를 통해 계상한 가공부채와 상계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변칙유출했다.

# E법인은 상장 예정인 차명주식을 매매로 가장해 연소자인 사주일가 자녀들에게 우회 증여했다. 상장에 따른 주식가치 증가이익을 변칙적으로 증여한 것이다.
이전받은 주식은 코스닥 상장으로 차익이 수십배 증가했고, 이들 자녀가 얻은 주식가치 증가이익은 수십억원 수준이었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세칭을 회삿돈을 빼내 불법실현한 탈세혐의 고액자산가 219명을 세무조사한다. 회사 공금을 불법, 우회, 변칙으로 유용해 부(富)를 대물림한 이들에게 철퇴를 내리려는 것이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19일 "한국 경제가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마찰 등으로 불확실한 여건에 있는데 일부 기업 사주들은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교묘하고 악의적인 수법으로 자신과 일가의 부를 증대․이전하고 있어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사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제공= 국세청

조사대상 재산 9.2조…미성년·연소자 1인당 44억, 6년 만에 2배

이번 조사대상자 219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9조200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보유자는 32명이다. 자산가 1인당 평균 419억 원을 보유(일가 총재산 기준)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미성년·연소자(30세 이하로 본인 경제능력 이상으로 자산을 축적한 이들) 부자는 1인당 평균 44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자산 구성은 주식(74억원)과 부동산(30억원), 예금 등 기타자산(7억원)으로 분별할 수 있다.

국세청은 2012년 이후 재산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자 219명 중 고액 자산가·부동산 재벌 72명 재산이 2012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5000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성년·연소자 부자 147명 재산도 비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연소자 부자들의 직업은 근로소득자 118명, 무직 16명, 학생·미취학 13명이다.

이들 탈세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해외현지법인 투자와 차명회사 거래 등을 이용하거나 묘역･미술품･골드바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기업자금을 유출시켜 기업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유형이다.

둘째는 사주일가 지배법인에 부를 이전하기 위한 목적의 끼워넣기 거래, 부당 내부거래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이들이다. 마지막은 불법으로 유출된 자금을 미성년･연소자 자녀의 금융자산･부동산 취득 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유입시키는 유형이다.

이준오 국장은 "다만 이번 조사는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고액 자산가의 일탈행위에 초점을 맞춘 만큼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 조사는 국민 정서에 맞게 엄정해야 하지만 최근 기업 생태계가 대외환경 위험을 견뎌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준의 강압적 조사는 삼가겠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향후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고용에 사용돼야 할 내부자금이 사주일가 개인적 치부에 유용되는 일이 없도록 기업문화를 유도하는데 조사의 방점을 둘 계획이다. 이준오 국장은 "조사를 통해 드러난 탈루유형 이외에 고액 자산가 등의 사익 편취행위 유형을 지속 발굴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