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發 '선행매매' 파장…증권가 '긴장모드'

증권업계가 지난 18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의 휴대폰 압수수색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출범 후 첫 수사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 증권사 임직원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통제 강화와 애널리스트 윤리교육 등 시스템 개선을 고민하는 곳들도 상당하다.


전날 오전 금융감독원 산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애널리스트) A씨 등 직원 10여명의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등 6시간이 넘는 조사를 진행했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혐의로 업계에서는 선행매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선행매매는 사전에 입수한 주식정보로 통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전에 미리 주식을 사고 팔아 그 차액을 취득하는 행위를 뜻한다. 고객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자본시장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사경 관계자는 "일단 증권사 한 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압수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른 증권사에 대한 추가 수사 여부는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증권가는 특사경의 하나금융투자 조사가 고강도로 진행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사경 입장에서도 지난 7월 출범한 후 첫번째로 배당받은 사건이라서 무게감 있는 결과를 내야한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강화할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직원 개인의 일탈을 방지하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사건으로 애널리스트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3년 CJ ENM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정보가 돌았고 이는 애널리스트를 통해 시장에 전파됐다. 결국 주가가 급락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기업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이 부당거래한 사실이 확인돼 담당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CJ ENM 사태 이후 다들 조심해왔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겨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 색안경을 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문제보다 개인의 도덕적해이를 원인으로 보고있다.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는 서약서를 받고 수시로 관련 교육을 하고 있지만 차명계좌를 통해 선행매매를 할 경우 회사차원에서 이를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주식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투자 자진 신고제를 운영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이마저도 원천차단하는 규정을 명시해 문제 발생 소지를 막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 2015년 10월 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ETF를 제외한 주식투자를 못하게 막았다. 교보증권은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매일 애널리스트 본인과 가족계좌까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섹터나 업종에 대한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분기마다 임직원들에게 '매매규정준수서약서'를 제출받고 있으며 매달 애널리스트들에게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애널리스트 평가기준에 '컴플라이언스 준수' 항목을 20%로 높게 책정했다.

일각에서는 인기투표로 전락해버린 '애널리스트 폴(투표)'에 집착하는 문화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폴은 애널리스트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물밑 투자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선행매매가 일어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 폴은 적중률도 보지만 펀드매니저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미리 정보를 주는 등 인기를 끌기 위해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