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장 후보 '압축', 갑툭튀 전병조는 누구?

(왼쪽부터) 최희남 KIC 사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사진=머니투데이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후 ‘공석’이었던 수출입은행장 후보군이 압축되는 분위기다. 역대 행장이 대부분 경제관료 출신이었지만 최근 하마평에는 관료였지만 민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도 포함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은 행장의 유력 후보로는 최희남 KIC(한국투자공사) 사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 거론된다.
최 사장은 행시 29회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국제통화기금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세계은행그룹 상임이사를 거쳤다. 수은 행장에 적합한 경력을 쌓아온 셈이다.


유 수석부원장도 행시 29회로 기재부에서 국제금융 전문가로 정평이 났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딸이 작년에 공채로 수은에 입행한 점은 본인 능력과 무관한 부담이다.

전 전 사장은 마찬가지로 행시 29회로 기재부, 해양수산부에서 일했지만 국장급이던 2008년 공직을 떠났다. 이후 NH투자증권·대우증권 임원을 거쳐 2015년부터 KB투자증권(합병 전)·KB증권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만 10년 이상 ‘증권맨’이었던 셈이다.

국책은행 중에서도 수은 행장은 비교적 정치적 외풍이 덜하고 경제 관료의 선임이 자연스러운 곳으로 여겨진다. 2000년 이후 9명의 행장 중 관료가 아닌 인물은 이덕훈 전 행장이 유일했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 전 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은 이후 수은 행장에 선임돼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대외정책금융의 핵심 기관이라는 수은의 고유 역할을 고려할 때 관료 출신이 맡기에 무난한 행장 자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의 업무 조율이 수은 행장의 핵심 업무라는 점에서 경제부처를 ‘친정’으로 둔 행장이 자연스럽고”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여당이 수은 행장으로 민간 출신 인사를 염두에 뒀다는 설이 돌고 있다. 수은 행장은 기재부 장관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사실상 청와대 의중이 절대적이다. 여러 금융수장 자리에 민간을 선호했던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이 수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관료 출신이지만 증권업계, 특히 IB(기업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전 전 사장이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이 최근 금융위원장 두 명을 연거푸 배출해 존재감이 커지면서 청와대 시야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감원장은 정치권의 김기식 전 원장, 하나금융을 거친 최흥식 전 원장, 학자 출신 윤석헌 원장 등이 낙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산업은행 회장도 학자 출신의 이동걸 회장이 맡고 있다. 정부 출범 직후에는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민간 금융회사 대표들이 거명됐었다.

수은 내부에서는 경계심이 상당한 표정이다. 전 전 사장이 2003~2005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은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검증된 능력 있는 인사라면 누구든, 어디 출신이든 환영하겠지만,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행장에 선임되면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