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은성수·윤석헌…금융위·금감원 해빙모드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업은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고 하고 금융기관은 금감원의 문턱이 높다고 한다. 금감원은 또 금융위원회의 문턱이 높다고 한다. 결국은 소통이 안돼서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오해는 없어졌으면 한다."(은성수 금융위원장)


"은 위원장의 금감원 방문을 계기로 금융위와 금감원간에 존재하던 문턱이 닳아 없어져 소통이 잘 되기를 기대한다."(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했다.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공식' 방문한 것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시절이던 2015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최종구 전 위원장이 작년 12월 윤석헌 금감원장실을 찾았지만 비공식 회동이었다.

은 위원장의 이날 금감원의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신고센터 방문이 공식 목적이었지만 실제는 악화됐던 금융위와 금감원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윤 원장 취임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처리, 종합검사 부활,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 주요 이슈에서 건건히 부딪혔다.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이미 3차례 비공식 면담을 했다. 모두 윤 원장이 먼저 은 위원장을 찾아갔었다. 이날 은 위원장의 금감원 방문은 답방의 성격도 있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몇차례 만남을 통해서 할 이야기들은 대부분 나눴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은 위원장이 윤 원장실에 머문 시간은 25분 정도에 불과했다.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날 행사는 사실 대외적으로 '관계 개선'을 알리는 이벤트이었지만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내내 서로 몸을 낮추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 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모든 사안에 "금융위와 잘 협의해서"라는 전제를 달았을 정도다. 그동안 두 기관간 이견을 그대로 노출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윤 원장은 또 "앞으로 은 위원장을 잘 보필해 금융산업이 잘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금융산업발전'에 치중해 '금융감독'이 소홀했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윤 원장이 상당히 유연해졌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은 위원장은 결국 그동안의 문제는 소통이 잘 안됐기 때문이라며 "(윤 원장과) 정례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현안에 대해 간극을 좁히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앞으로 '2인 회의'를 부활하고 부기관장회의를 내실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인 회의'는 임종룡 전 위원장과 진웅섭 전 원장 시절 생긴 비공식회의로 매달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 전후로 두 사람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실무진간 이견이 있을때 수장들이 해결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최종구 전 위원장과 윤 원장 사이에선 중단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