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100만명 시대 '눈앞'…치매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은?

우리나라보다 인구 고령화 수준이 높은 일본에는 이상한 식당이 있다고 한다. 일명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 식당’으로, 손님이 주문한 메뉴는 나오지 않고 전혀 엉뚱한 메뉴가 나온다.

예를 들면 라면을 시켰는데 우동이 나오고 만두를 시켰는데 햄버거가 나오는 식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문과 다른 음식이 나오더라도 화내는 손님이 없으며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음식을 먹고 요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식당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이 식당의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바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다.

이렇게 특별한 식당까지 등장하게 된 것은 치매대국인 일본이라서 가능한 이야기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일본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8.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고, 이 수치는 세계 1위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치매환자는 2012년 462만명, 2018년 약 600만명, 2025년에는 7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그들의 자산 운용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일본 치매환자의 금융자산은 2010년에는 105조엔, 2015년 127조엔, 2030년 215조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본의 공적연금기관과 생명보험사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경제활동으로 회수되지 않으며 소비되지 않은 자산인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분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2010년 47만명, 2016년 68만명, 2018년말 75만명을 넘었으며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약 2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앙치매센터 2017년 보고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유병률은 75~79세 9.9%, 80~84세 19.7%로 OECD 평균 6.7%, 11.7%보다 훨씬 높았다.

국내에서 치매관련 금융상품 중에 가장 알려진 상품은 치매보험(또는 간병보험)이다. 치매보험은 CDR등급(의학적치매평가등급) 또는 장기요양등급 정도에 따라 일시금 형태의 보험금뿐만 아니라 중증치매의 경우 생활자금으로 일정 기간 동안 소정의 연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치매보장보험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기준 보험사들은 치매보험의 보험료로 약 1조 725억원을 모았으나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약 221억원으로 보험료 기준 약 2.0%에 머물렀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치매관련 신탁상품도 마련되어 있다. 치매 발병 전에 신탁계약을 통해 본인 사후 재산분배 기준을 마련하여 놓고, 향후에 치매가 발병되면 재산 분쟁 요소를 막는 구조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치매 발병 후 사무처리 능력이 떨어져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개시시점이나 한정후견개시심판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재산관리 및 생활비 제공, 사망 시 자산승계 등을 지원하는 신탁상품도 있다.

올 봄 종영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치매 환자를 통해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을 살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의 노년층들이 자신에게 맞는 치매 대비 금융 상품을 통해 불안한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지금을 즐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