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수축기에 금리 올린 한은, 엇갈린 정책평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수축기에 단행된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금리 인상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와 내외금리차 변화를 고려한 결정이었을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통화정책을 경기둔화 때 하방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운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지난 20일 제11순환기(2013년 3월 이후 현재까지) 경기고점을 2017년 9월로 잠정 설정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달까지 23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은은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경기가 고점을 지나 하강하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경기가 지나치게 둔화되면 금리를 내려 투자와 소비를 유도하고 과열될 때는 금리를 올려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성장하도록 조절한다.

이에 대해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도입된 후 경기와 통화정책 사이클이 항상 동행했는데 그게 깨진 유일한 사례가 2017년 이후"라며 "경기와 정책 사이클이 상충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대부분이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부동산 시장을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란 변수가 존재했던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목표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비판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내외금리차 확대로 자본유출 위험 등이 제기된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이 타당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7년 당시에는 1분기(3.1%)와 3분기(3.9%)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7~2.8%를 최대 1.2%포인트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17년 1~10월중 1.8~2.5%를 기록하며 한은 물가안정목표 2%를 달성했다. 가계부채는 2017년 3분기 1419조1083억원을 기록하며 연이어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한국-미국)는 기준금리를 처음 도입한 2008년 당시 2.75%p에서 2017년 6월 0%까지 좁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며 "사후에 확정된 경기순환 결과만으로 정책운용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