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연설 27년전' 6분간 세계를 침묵케한 그녀 있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와 27년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 정상회의'에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세번 컬리스-스즈키. /사진=AFP통신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특히 16세의 어린 소녀인 그녀가 자신보다 60살 가까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는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

툰베리의 연설 이후 27년 전 세계 지도자 앞에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캐나다 소녀 세번 컬리스-스즈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992년 당시 12살이었던 컬리스-스즈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담'에서 "만약 환경을 되살릴 방법을 모른다면 당장 파괴를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9살 때 설립한 시민단체 '환경아동기구(ECO)' 대표로 참가한 컬리스-스즈키는 각국 정상에게 "지도자들이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부모이자, 조부모, 숙모, 삼촌으로서 다음 세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당신들의 결정에 나와 내 다음 세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꾸짖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나자 감동한 세계 여러 나라 대표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외신은 "세계를 6분간 침묵에 빠뜨린 소녀"라고 찬양했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갔지만, 스즈키는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다. 2000년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로 캐나다를 횡단했고, 생태학과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던 예일대 시절에서는 친구들과 '스카이피쉬 프로젝트'라는 싱크탱크를 출범시켰다.

1979년생으로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환경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컬리스-스즈키. /사진=컬리스-스즈키 홈페이지

연설 20주년이었던 2012년에는 유엔 지속가능 정상회의가 열린 리우데자네이루를 다시 찾았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역사는 침묵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아니라 의지를 갖추고 행동하는 사람에 의해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스즈키는 두 아들, 남편과 함께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하이다과이에서 살며, 환경운동가이자 작가, 강사, TV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6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툰베리에 대해 "그녀는 힘이 넘쳤으며,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세계 지도자들을 부끄럽게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툰베리가 촉구한 것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혁명이며, 그 때문에 많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그녀가 정신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지지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