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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조국장관, 이제 내려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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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09.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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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공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처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나아가고 언제 물러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3가지 기준이 있다. 불가적·도가적·유가적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속세를 벗어나는 불가적 관점은 논외로 하면 도가적 기준은 세속을 벗어날 수도 있고 속세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유방을 도와 한 왕조 개국의 일등공신이 된 장량이 개국 후 장자제로 숨어버린 게 도가적 처신의 대표 사례다. 큰 공을 세운 후에도 머물지 않고 떠나버린다는 철학이다.

이에 비해 유가적 처신은 국사를 위해 몸을 바치고 죽은 후에야 그치는 것이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자도 상갓집 개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죽을 때까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당과 야당을 넘어 진보와 보수가 목숨을 걸고 두 달 가까이 싸우는 ‘조국대전’의 당사자인 조 국 법무장관의 처신이, 그의 장관직 사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조 장관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넘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딸의 서울대 인턴확인서 발급과 관련한 공문서위조죄, 웅동학원 채권소송과 관련한 배임죄, 자택 PC의 하드디스크 교체와 관련한 증거인멸 등이 그에게 적용될 죄목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자택 압수수색 과정 중 있었던 조 장관의 통화 외압 논란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한 데 이어 해임 건의안 제출, 탄핵소추까지 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요지부동이다. “가족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 보도가 계속되고 가족이 수사를 받는 현실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게 참으로 힘들다”고 하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갈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요즘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개혁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한다. 그의 말대로 조 국 장관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개혁이 돼버렸다. 그가 하루하루 버틸 때마다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조 장관 의혹과 관련, “전 검찰력을 동원해 엄정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달라”고까지 말함으로써 주변 상황은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고 말았다. 지난 주말 서초동에는 100만명이 모여 검찰개혁과 ‘조 국 수호’를 외쳤다.

그렇다면 조 국 장관의 선택은 설령 그의 부인이 구속되더라도 본인이 기소되기 전까지는 장관직을 수행하는,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는 수밖에 없는 걸까.

온갖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죽을 때까지 세상을 구하는 데 몸을 바친 공자도 이런 말을 했다. ‘현자피세’, 즉 현명한 사람은 어리석은 세상을 피한다고 했다. 세상을 피해 도망가라는 의미가 아니고 자신을 보전하면서 더 크게 세상에 기여할 기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노자는 “감히 천하를 위해 나서지 않는 것이 내가 가진 큰 보물”이라고도 했다.

부인은 ‘덫에 걸린 쥐’가 되고, 아이들은 연이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모멸감의 눈물을 흘리고, 조 장관 본인은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버틴 덕분에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고조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큰 성과다. 이것만으로도 조 국 장관은 역할을 충분히 했다.

여기까지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그리하여 ‘그리스인 조르바’가 말한 그 해방감을 맛보시라.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검찰이 정말 세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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