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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펜스부터 없앴죠"...수백만 송이 꽃 가꾸는 '가든메이커'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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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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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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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정원'은 에버랜드의 헤리티지…정서적 행복까지 얻는 새로운 테마파크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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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수석)이 가을을 맞아 붉게 물들고 있는 '코키아'가 심어진 '하늘매화길'에 서 있는 모습. /사진=에버랜드
테마파크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어린이들의 세상이던 테마파크가 청년을 넘어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여가를 즐기는 청춘의 연령은 높아지고, 요람의 울음소리는 줄어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출구전략이다. 국내 대표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올 초 테마정원 '하늘매화길'을 선보였고, 최근 100만 송이 장미원을 조성했다. 식물과 정원 콘텐츠로 '정서적 행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남부에서 자라는 매화를 중부지방인 에버랜드에, 그것도 3만3000㎡(1만 평) 규모로 조성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현실로 바꾼 것은 15명의 에버랜드 '꽃벤져스'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일사분란하게 이끄는 '캡틴'이 바로 이준규(45)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다. 매년 사계절 만발하는 수 백만 송이의 꽃을 가꾸는 이른바 '가든 메이커'로, 이 그룹장은 식물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에버랜드의 필승 전략으로 통한다.

어린 시절 이 그룹장은 나무와 자랐다. 사람보다 꽃이 익숙했다. 몸이 허약해 친구들과 골목을 뛰어놀던 기억이 없다. 학창시절의 훈장과도 같은 그 흔한 개근상 하나 받지 못했다. 대신 집 앞마당에 외할아버지가 가꾼 라일락 꽃과 대화하며 놀았다. 그는 "꽃과 나무를 살피고, 자라는 과정을 보면 외롭지 않았다"며 "나처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 전문적으로 식물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식물 박사'를 꿈 꾸던 이 그룹장은 대학원 공부를 마친뒤 덜컥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그는 "학교에서 추천해서 별 생각 없이 지원했는데 붙었다"며 "운명이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장밋빛 생활은 아니었다. 토목과 건축적인 의미의 '조경'만을 다루는 식물 황무지였던 국내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이 그룹장은 좌충우돌하며 마른 꽃잎처럼 시들어갔다.

마흔 줄을 앞둔 입사 10년차에 그는 과감히 사표를 썼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식물을 가꾸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일상인 영국에서 박사공부를 하며 꽃과 사람의 소통을 배웠다. 정원의 본질을 깨달았던, 삶에서 가장 귀한 시간이었다. 5년 뒤 공부를 마친 그는 에버랜드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꽃으로 스스로를 포함,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진 채로 에버랜드에 발을 디뎠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수석) 인터뷰. /사진=에버랜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수석) 인터뷰. /사진=에버랜드
그는 에버랜드 전체를 '진짜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인위적으로 사람과 식물을 격리하는 화단 펜스부터 철거하고 '들어가지 마시오' 푯말을 뽑았다.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고, 사람도 꽃과 소통해야 진짜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에서다. 그는 "펜스를 없애니 오히려 꽃을 밟거나 훼손하는 일이 줄었다"며 "남녀노소 모두가 에버랜드에서 꽃과 소통하며 진짜 나들이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는 아예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기획했다. 매화와 대나무, 꽃잔디 등 각종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인 '하늘매화길'이다. 자연농원으로 출발해 40년 간 수목을 가꿔 온 에버랜드의 '헤리티지(유산)'를 계승, 발전시켰다. 그는 "곳곳에 오랫 동안 에버랜드가 가꿔온 가치 있는 나무와 꽃이 숨어 있었다"며 "이런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다른 테마파크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과 꽃벤져스의 노력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한껏 어트랙션을 즐긴 가족단위 방문객이 정원을 걸으며 꽃향기와 여유를 만끽한다. 장년층은 물론 3~40대에서도 꽃과 나무만을 목적으로 에버랜드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이번 가을에는 매화의 빈자리를 핑크빛 '코키아'로 물들였는데, 도슨트(해설 관람)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인원이 줄잇는다.

이 그룹장은 스스로를 '가든 메이커'로 부른다. 정원 디자인에서부터 시공과 관리까지 모든 부분을 다루는 '진짜 정원사'라는 의미다. 매일 그는 컴퓨터 마우스보다 흙 묻은 삽을 자주 집어든다. 그는 "꽃과 나무가 만발한 정원은 '시'와 같아 사람들은 각자의 해석을 통해 감흥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며 "더 많은 식물 콘텐츠로 테마파크에서 정서적 행복까지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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