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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 韓 웹툰, 마블 꺾는 외인구단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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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2019.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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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매화면 매화리 만화벽화 거리에 그려진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컷.
 이현세 만화의 메인캐릭터 ‘까치’. 어린 시절 꿈꾼 작은 우상이다. 비주류 인생으로 주류사회와 맞서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질 게 뻔한 승부였다 해도. 그의 라이벌 마동탁이 우리 모두가 갖고 싶은 욕망을 묘사한 캐릭터라면 여러 작품 속 까치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숨은 양심이자 저항을 상징했다. 1982년 출간된 ‘공포의 외인구단’이 그랬다. 까치(오혜성)를 중심으로 사회 마이너들이 외인구단을 결성해 프로야구단에 도전하는 재기 드라마로 각박했던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인기는 대단했다. 전국에 ‘까치’ 이름을 딴 ‘까치만화방’이 성행했다. 이듬해에는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상영됐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로 시작되는 영화주제곡은 당시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랬던 까치가 올해로 불혹이다. 1979년 ‘격정의 까치머리’란 작품에 처음 등장했다. ‘외인구단’ 이후에도 ‘아마게돈’ ‘남벌’ 등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 계보를 이으며 한국 만화 인기 캐릭터로 자리해왔다. 그렇다면 까치가 함께한 한국 만화산업 40년은 어땠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만화 속 까치 인생처럼 순탄치 않았다.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비주류산업으로 수난사를 이어왔다. 군부독재 시절엔 이데올로기·미풍양속 저해, 사치 조장 등을 이유로 만화가와 출판사 관계자가 줄줄이 구속되고 불량만화(?) 수천 권이 압수돼 불태워지는 일도 있었다.

 민주화 시대에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1997년에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후 많은 작가가 소송 위협을 피하기 위해 자기 검열을 해야 했다. ‘제2의 이현세’를 꿈꾼 만화 지망생들은 게임 등 다른 직종으로 발길을 돌렸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만화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악’ 취급을 받아야 했던 만화가 황금알 콘텐츠로 부상한 건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웹툰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다. 2030세대가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1500억원이던 국내 웹툰시장은 지난해 88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고무적인 건 한국 웹툰시스템이 일본과 미국시장을 강타했다는 점이다. 만화의 본고장이자 최대 시장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년간 미국·일본 디지털만화시장에서 연평균 71%, 32% 성장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린다. 카카오도 일본시장에서 2위다. 이들 지역에서 디지털만화의 비중은 20% 미만이다.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한국의 검증된 웹툰 스토리텔링 방식과 모바일 기술역량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가로구독 방식이 대부분인 출판만화와 달리 웹툰은 위아래로 스크롤하면서 읽거나 마우스를 클릭해 다음 화면으로 넘길 수 있다. 움직이는 화면을 넣을 수도 있다. 극적 몰입감을 주는 데 보다 효과적이다. 작가 혼자서도 방대한 세계관과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 댓글 창을 통해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 웹툰이 OTT(동영상서비스) 시대 가장 검증된 콘텐츠 원천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베스트 연재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다. ‘미생’ ‘신과 함께’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강철비’ 등이 그랬다. 실력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등단할 수 있고 유료판매·광고 등으로 다양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작자 지원 생태계도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원동력이다. 덕분에 한때 멸시받던 만화가도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은 유망직종이 됐다.

 네이버웹툰 연재작가(359명)의 연평균 수익이 3억1000만원에 달하고 상위 20위권 작가는 연평균 17억원 이상 번다. 손재주와 스토리텔링 능력만 있다면 무조건 웹툰작가로 키우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마블 시리즈를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이 한국 만화 플랫폼에서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주류 콘텐츠 장르로 글로벌 주류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만화와 플랫폼의 신화가 쭉 이어지길 기대한다. 40년 전 동네 만화방에서 까치의 외인구단을 응원한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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