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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홍콩의 중국인…천안문의 홍콩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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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 2019.10.0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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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콩 경찰이 1일 취안완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시위자 1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근거리에서 권총을 쏘았으며 총에 맞은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출처: 홍콩 동망 캡처) 2019.10.01
몇 미터를 날아간 권총의 탄환 한발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륙간탄도탄(ICBM)보다 힘이 셌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자면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70주년이었던 지난 1일을 상징하는 한 문장이다. 이날 낮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사상 최대의 열병식이 거행돼 중국 인민해방군의 첨단 무기가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중국서 발사되면 미국 본토에 30분내 도달한다는 전략 미사일인 둥펑(東風)-41은 “나라를 태평하게 하는 귀중한 보물(鎭國重器·진국중기)”이라는 평가(중국중앙방송(CC-TV))를 받았다. 한낮의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의 장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몇시간만에 상황은 급반전돼 중국으로서는 악몽이 펼쳐졌다.

열병식이 끝난 직후인 오후 4시께 홍콩에서 경찰이 쏜 총에 한 고등학생이 맞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은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지만 부상자 사진 및 동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중국 국경절을 ‘애도의 날’로 규정한 홍콩 시민 수만명이 실제로 고교생의 안전을 기원하며 폭력진압 규탄에 나섰다.

고교생의 가슴 근처에 근접사격을 한 홍콩 경찰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신성한 기념일인 국경절을 시위대가 더럽히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지휘부의 압박에 시달렸을지 모른다. 또 7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 장총을 겨눠 친중국 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경찰(라우 차케이)의 뒤를 따르고자 의욕을 보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텔레그라프 보도 등을 보면 라우는 그뒤 총이 아니고 휴대폰 카메라로 지지자들과 셀프샷을 찍느라 바쁘고 건국절 행사에도 초청받는 영광을 누렸다.

각국 언론과 세계가 미사일보다 1일 총알 한방에 주목하면서 홍콩 시위대는 고무됐다. 국경절 당일 혼자 중산복을 입고 천안문 망루에 올라 '그 누구도 중국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한 시진핑 주석을 의식해서인지 홍콩 정부도 바빠졌다. 시위가 격화되자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법’을 발동하면서, 민주화 요구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하는 복면금지법을 도입한 것.

다시 첫주말 시위 또다시 총탄 한발이 발사돼 14세 남학생의 다리를 관통했다. 하지만 이날 중화권 언론과 주요 SNS를 뒤덮은 것은 한 중국인 은행원에 대한 시위대의 폭력이었다. 4일 홍콩에 사는 한 중국인이 점심 도시락을 사러 나갔다 돌아오면서 길을 막아서는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가 분노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한 것. 동영상이 공개된 후 일부 중국인은 “홍콩에 법치는 없다”며 당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등 중국 내에서 홍콩 시위대를 향한 반감이 커지는 것이다.

【홍콩=AP/뉴시스】4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위자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2019.10.05
【홍콩=AP/뉴시스】4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위자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2019.10.05

시위가 격화되며 일부 시위대는 홍콩내 인민해방군 주둔 병영 근처에 접근해 항의하기도 했다. 인민해방군도 곧바로 응대하며 "추후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시위대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도 쏘아붙이기도 했다.

탄환 한발이 미사일보다 강한 것처럼 무모한 주먹질은 총상처럼 또 누군가의 피를 솟구치게 한다. 평범한 중국인의 마음을 사는 것은 행정장관이나 중국 지도부 등 권력자들을 반대하는 것과 또 다른 일이다.

상황에 따라 참가자들은 흥분할 수 있지만 시위대는 중국 본토 민심이 돌아서버리는 것에 조심해야 한다. 홍콩인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강조하는 것과 중국 국기를 불태우거나 영국이나 미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무력진압의 빌미가 될수도 있다.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는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끝에 희생된' 인민영웅들을 추모하는 구절이 있다. 홍콩인과 중국인의 자유가 다를리 없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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