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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반복된 실수와 고집, 로버츠에겐 '진화'가 없다 [댄 김의 MLB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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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9.10.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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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0일(한국시간) 워싱턴과 5차전에서 더그아웃에 앉아 있다. /AFPBBNews=뉴스1
데이브 로버츠(47) 감독은 지난 2015년 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의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전임 돈 매팅리(58) 감독은 2013년부터 그 해까지 다저스 역사상 처음으로 팀을 3년 연속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2013년 딱 한 번만 NLCS(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했을 뿐 다음 두 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등 포스트시즌 성적이 시원치 못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팬들과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결국 매팅리는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팀과 합의해 남은 계약을 조기 종료해 팀을 떠났고 후임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벤치코치였던 로버츠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흑인인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 역사상 첫 소수계 출신 감독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아시아계 감독으로 기록됐다.
 
2016시즌부터 올해까지 4년째 다저스 사령탑으로 재직하면서 로버츠 감독은 4년 모두 팀을 NL 서부지구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전임 매팅리 감독이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다저스 최고였는데 로버츠 감독은 단숨에 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첫 해인 2016년에는 수많은 선수들의 부상에도 팀을 N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끈 뒤 그 해 NL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7년과 2018년에는 잇달아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시켰고 지난해 말 다저스와 오는 2022년까지 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올해는 무려 106승을 올려 다저스 136년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다시 쓰며 자신의 4년 연속이자 다저스의 7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화려한 이력만 살펴보면 로버츠의 다저스 감독 커리어는 가히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것처럼 보인다. 감독으로 보낸 모든 시즌 동안 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물론 취임 첫 해에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고 다음 2년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으며 4년차 시즌엔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최다 연속 지구 우승 기록을 수립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처한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막강한 팀을 갖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했기에 그 모든 화려한 성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저스 팬들은 우승 실패 책임을 전적으로 로버츠 감독에게 돌리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2년간 월드시리즈 도전에서 잇달아 결정적인 순간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과 작전으로 우승 일보 직전에서 좌절을 맛본 데 이어 올해는 무려 106승을 올린 역대 최강급 팀을 갖고도 첫 관문인 디비전 라운드에서 탈락하자 다저스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 많은 현지 언론에서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USA투데이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은 “이제 로버츠를 해임해야 할 때”라고 경질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다저스는 지난해 4년 연장 계약을 체결한 뒤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로버츠 감독을 해임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의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아직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그를 해임하려면 거의 1000만 달러(약 119억원) 규모의 바이아웃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재정적 부담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LA 타임스는 11일(한국시간) 다저스 소식통을 인용해 로버츠 감독이 내년에도 사령탑으로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버츠에 대한 팬들의 성토 분위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이처럼 빨리 그의 유임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다소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다저스로선 어차피 로버츠 감독과 당장 결별할 생각이 없다면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빨리 잠재우고 팀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다저스 팬들은 이런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맞붙은 2017년 월드시리즈였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워 1차전 승리를 따냈으나 2차전에서 저스틴 벌랜더가 선발로 나선 휴스턴에 3-1로 앞서가다 8, 9회에 실점, 연장으로 끌려간 뒤 11회에 뼈아픈 고배를 마셨다.

이 경기에서 로버츠 감독은 4회까지 단 3안타로 1점만 내주고 호투하던 선발 리치 힐을 일찌감치 내리면서 결국 12회까지 투수를 9명이나 투입하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교체 당시 힐은 투구수가 60개에 불과했고 타석도 최소한 두 이닝 후에나 돌아올 상황이어서 그렇게 빨리 바꿀 필요가 전혀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반대로 빨리 바꿔줘야 할 투수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다. 특히 바로 그 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용병으로 영입한 다르빗슈 유의 활용 문제였다. 시리즈 3차전에서 2회에만 4점을 내주고 강판됐던 다르빗슈가 최종 7차전 선발로 나서 1회에 2실점했을 때 이미 누구나 그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예감했다.

벼랑 끝 승부에서 단 1점도 아쉬운 상황이었기에 완전히 사기가 떨어진 다르빗슈는 빨리 바꿔주는 게 절실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웬일인지 2회에도 그를 마운드에 올렸고 다르빗슈는 조지 스프링어에게 승부에 쐐기를 박은 투런홈런을 맞는 등 2회에 3점을 더 내줬다. 그리고 그것으로 월드시리즈 주인도 결정됐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만난 이듬해 월드시리즈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보스턴에서 첫 두 경기를 패해 LA에 돌아온 뒤 치른 3차전에서 연장 18회까지 간 혈전을 3-2로 승리, 시리즈 1승2패로 추격의 모멘텀을 얻은 듯 했으나 4차전에서 6회까지 4-0 리드를 잡고도 마지막 3이닝에서 총 9점을 내주고 역전패한 것은 다저스 팬들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

특히 로버츠 감독이 7회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그 때까지 단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힐을 바꾼 것은 말 그대로 재앙이 됐다. 힐이 내려간 뒤 보스턴은 다음 2⅔이닝 동안 9점을 뽑아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고 이것으로 시리즈 전체의 향방도 결정됐다. 경기 후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트위터를 통해 “어떻게 거의 7이닝 동안 압도적인 피칭을 하던 힐을 교체하고 잔뜩 긴장한 구원투수를 내보내는 결정을 내렸는지 놀랍기만 하다”고 로버츠 감독을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10일(한국시간) 워싱턴전 8회 후안 소토에게 홈런을 맞은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10일(한국시간) 워싱턴전 8회 후안 소토에게 홈런을 맞은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실 로버츠 감독의 문제는 투수교체나 불펜 활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용병술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올해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벼랑 끝 5차전에서 ‘언터처블’ 구위를 자랑하던 마에다 겐타를 불펜에 놔두고 커쇼를 8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이나 그가 앤서니 렌던에게 추격 홈런을 맞은 뒤 후안 소토 타석에서 소토 전담 마크맨 애덤 콜라렉을 불펜에 그냥 묵혀두고 커쇼가 그에게 동점 홈런을 맞도록 방치한 것, 그리고 조 켈리를 9회에 이어 10회에 다시 내보내 만루홈런을 맞을 때까지 남겨둔 것 등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 로버츠 감독은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로부터도 상당히 신뢰를 잃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다 지나간 뒤에 감독의 결정에 이런저런 비판을 가하는 것은 결과론이고 감독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일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에선 계속 비슷한 실수와 고집, 그리고 편견이 되풀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감독도 계속 진화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선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저스는 내년에는 류현진과 힐 등이 계약 만료로 떠날 가능성이 있고 커쇼와 켄리 잰슨 등 주축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도 하향세여서 과연 올해 같은 황금기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려 106승을 올렸지만 다저스의 팬들은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 없이 허탈함 속에 또 한 시즌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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