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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속 여성들, 어리고 조신하고 수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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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 2019.10.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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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2년 간 개봉한 영화 성별 편향성 정량 분석…"집안가구 배경 女 캐릭터 ↑=가부장적 여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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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분석 시스템 <br><br>이 연구는 영화에서의 성별 묘사의 편향성을 자동적으로 측정하는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제안한다. 시스템은 총 세 가지의 모듈로 구성된다. (1)Preprocessing module로 효율적인 분석을 위해 영화의 프레임을 낮춘다. (2)Frame analysis module에서는 Microsoft Face API와 YOLO 9000을 통해 각 프레임의 물체와 캐릭터의 얼굴을 추적한다. (3)Gender representation analysis module은 각 성별 묘사에 대한 여덟 가지의 지수를 계산한다/자료=KAIST
지난 2년 간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카이스트(KAIST)가 컴퓨터로 분석해본 결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슬픔과 공포, 놀람 등 수동적인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변 물체 중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았다.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여성관이 작품 속에 여전히 투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 장지윤, 이상윤 석사과정 연구팀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상업 영화에서 남성과 여성 성별 간 캐릭터 묘사의 편향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연출 방식이 사람들의 성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선 영화의 묘사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중이며,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남녀 동일 성비로 역할을 부여하고,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해 평가한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이다. 균형적인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벡델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며, 그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여성 캐릭터들의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의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시각적인 묘사를 고려할 수 없다. 여성 캐릭터 혼자 극을 이끄는 영화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또 여성 캐릭터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연구진은 “테스트에 통과하거나 하지 못하는 이분법적 잣대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별 묘사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대변하기 어려운 데다 평가자가 영화를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영화의 시간적·시각적 특성을 반영해 성별 묘사 편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효과적 분석을 위해 24프레임 영화를 3프레임으로 다운 샘플링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 감지 기술(Face API)로 영화 캐릭터의 젠더, 감정, 나이, 크기, 위치 등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물 감지 기술로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2017~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대상으로 8가지 새로운 지표들을 제시·분석해 상업 영화 내에서의 성별 묘사의 편향성을 밝혀냈다.

8가지 지표는 과거 다양한 매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별 묘사 편향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영화 내 편향성을 판별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다. 8가지 지표는 감정적 다양성, 공간적 역동성, 공간적 점유도, 시간적 점유도, 평균 연령, 지적 이미지, 외양 강조도,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등이다.

연구팀은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를 막론하고 8가지 지표를 통해 영화 대부분이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감정적 다양성 지표에선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더 획일화된 감정표현을 보였다. 특히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의 능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했다.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 캐릭터 대비 55.7%밖에 되지 않았던 반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를 보였다.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는 남성 캐릭터 대비 56% 정도로 낮았다. 평균 연령은 79.1% 정도가 남성보다 어리게 나왔다.

연구팀은 이 같은 지표 결과가 외국영화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더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1인당 연간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4.25회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영화를 즐겨보는데, 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나라 대중들의 잠재의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뜻한다”면서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더욱 신중하게 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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