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불가능을 해냈다"…쿠르드 공격에 하나된 중동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로이터.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으로 반목하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불과 수주 전만 해도 상대를 겨냥한 전쟁을 언급했던 중동국들은 갈등을 뒤로한 채 일제히 터키 규탄에 나섰다.


이날 가디언은 칼럼을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모든 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냈다"면서 "중동지역의 각국과 경쟁 중인 열강들을 (터키에 대한 반대로) 통합시켰다"고 전했다. 지난주 터키가 시리아민병대(SDF)를 공격하자 서로 반목하던 유럽연합(EU), 러시아, 이란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아랍 국가들이 터키 비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날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임시 중단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도 전날 같은 조치를 취했으며, 오는 14일 예정된 EU외무장관회의에서는 EU차원의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군 철수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비판이 거세지자 터키 경제를 붕괴시키겠다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미군의 중동 철수를 반기는 러시아조차 반대에 나섰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의 바사라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며 중동 정세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대한 정치적·경제적 비용이 소모되자 최근 들어 시리아 반군과 정부군 간 평화협정을 추진해왔다. 터키가 시리아 반군을 앞세워 쿠르드족의 영역을 침범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는 이유다.

러시아는 이에 그동안 반목하던 쿠르드족과 아사드 정권이 손을 잡고 시리아 반군과 터키군을 격퇴하라고 제안했으며, 실제로 이날 쿠르드족은 7년여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자신들의 영토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도 같은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의 권력 약화를 원하지 않는다. 수니파인 시리아 반군의 세력이 커질 경우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동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비랄 발로크 중동 전문 분석가는 "미군의 철수로 인해 이슬람국가(IS)의 부활과 함께 수니파가 다시 떠오를 것"이라면서 "이란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리어 수니파 국가들마저 쿠르드족의 편에 서고 있다.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는 최근 모두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규탄했다. 가디언은 "중동지역 내 모든 국가는 IS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IS 부활은 터키의 공격으로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터키 군이 IS 대원 가족 억류수용소인 아이인사 캠프를 공격하면서 수백 명이 탈출한 바 있다.

수니파 국가들은 당초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지만 최근 들어 아사드 정권과의 화해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아사드 정권에 항의해 닫았던 시리아 주재 대사관을 지난해 말 다시 열었다. 사우디 등이 포함된 아랍국가들 모임인 아랍연맹은 올해 초 시리아를 경제회담에 초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자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러시아처럼 평화협정만이 중동이 안정을 되찾고 IS를 견제할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디언은 "(중동을 수호했던) 미국이 떠나면서 오히려 걸프에 평화가 찾아오고 예멘 내전과 이란과의 분쟁이 종식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