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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부분합의는 누구의 승리인가…"시간은 중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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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19.10.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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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지구전(持久戰) 전략을 펼치는 중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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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과 중국이 10개월에 걸친 무역협상 끝에 부분합의에 성공했다. 지난 10일과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3차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마침내 1단계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은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상향하려던 계획을 보류했고 중국은 400억~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부분합의는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중국 주석이 휴전에 합의한 이후에 얻은 가장 큰 성과다.

만약 미중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달 17일 칠레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안에 서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5주 동안 제한적 합의에 대한 세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이번 부분합의가 지난 의미는 미국이 빅딜, 즉 일괄타결에서 스몰딜, 부분합의와 단계적 합의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데 있다. 가장 민감한 기술 강제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금지 등 구조적인 문제는 모두 2단계 협상으로 미뤄버렸다. 반쪽짜리 협상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시간은 중국 편
미중 협상에서 시간은 결국 중국 편이다. 우선 정치 체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에서 스몰딜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 중 하나도 미국 국내 정치다. 최근 민주당이 전면적인 탄핵 추진을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세에 몰린 처지다.

더구나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이 51%에 달하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이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합의에 중국의 미국 농산물 400억~500억 달러어치 구매가 포함된 것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장지대’(Farm belt) 지역 주민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4년마다 대통령 선거, 2년마다 중간 하원선거 등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없다. 시진핑 주석은 2023년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여차하면 더 오래 집권할 수 있는 여력도 갖췄다. 결국 중국은 국내 정치에 영향 받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 대응이 가능하다.

농산물 구매도 중국은 대두 수입량이 줄었기 때문에 어차피 미국 대두를 수입해야 한다. 명분도 챙기고 실리도 얻고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두 번째로 중국이 유리한 이유는 중국은 쫓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서기 전인 1978년만 해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495억 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해 미국 GDP는 무려 2조3566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GDP는 미국의 6.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중국 GDP는 13조6081억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해 미국 GDP(20조4941억 달러)의 66%에 달할 정도로 바로 코 앞까지 추격했다. 10년 안에 중국은 미국을 추월해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보다 중국 인구가 4배 이상 많기 때문에 중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4분의 1에 못 미쳐도 중국 경제규모가 더 커진다.

◇중국의 지구전(持久戰) 전략
앞으로 미중협상에서 기술 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등 갖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중국이 빅딜 대신 단계적 합의 전략으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지구전 전략이다.

마오쩌둥이 1938년 5월 26일에서 6월 3일까지 옌안에서 한 연설을 정리한 『지구전을 논하다』(論持久戰)라는 책은 중국 공산당의 항일 전략의 지침서가 됐다. 이 책에서 마오는 중국 공산당 일부가 유격전을 경시하는 시각을 비판하며 장기 지구전을 통해서 대일항전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주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번에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낸 이유는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중국 또한 단계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인 4.4%를 기록하는 등 경제의 하방 압력이 거세다. 미국의 관세 보복이 미친 영향도 컸다.

중국은 미중 경쟁에 있어서 섣부른 유격전(단기적인 전면대결) 보다는 지구전(단계적 합의, 시간끌기 및 장기적인 역량축적) 전략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 이번 1단계 합의로 2·3단계 합의의 교두보는 마련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미중 경쟁은 이제 겨우 시작이고 시간은 중국의 편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10월 15일 (17:1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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