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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의 죽음…우리는 반성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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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 2019.10.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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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 전통적 여성상 벗어난 설리, 대중에게 찍혀 조롱·비난 대상돼… "이 문화 지속되면 계속 피해자 나올 것"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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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최진리·향년 25세)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설리는 그동안 사회가 정한 엄격한 잣대를 벗어났다며 엄청난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14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설리는 이날 오후 3시21분쯤 자택인 경기 성남 수정구 심곡동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는 고인의 마지막 심경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 여성상 벗어난 설리, 공격 타겟 됐다

설리는 서슴지 않고 늘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범법 행위나 잘못한 것이 없다며 늘 당당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설리는 늘 구설수에 시달려야했다.

2013년 설리는 14살 연상의 연인인 최자와의 스킨십 사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입방아에 올랐다. 여자 연예인이자 아이돌로서 나이 차가 큰 연상 연인과의 스킨십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건 '남녀 만남의 모범 형태'를 벗어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설리는 특유의 당당함을 이어갔다. 설리는 2017년부터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속옷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찍은 사진을 올렸다. 브래지어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을 타개하자며 '가슴 해방'을 주장하고, 여성의 가슴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분위기를 없애자는 취지에서다.

/사진=JTBC2 '악플의 밤' 제공
/사진=JTBC2 '악플의 밤' 제공


설리는 지난 4월에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 노브라 관련 소신을 밝혔다. 한 누리꾼이 "노브라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설리는 "이유?"라며 "내 걱정이라면 안 하셔도 된다. 시선 강간이 더 싫다"고 말했다. 시선 강간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쳐다봐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6월 설리는 MC를 맡았던 JTBC2 예능물 '악플의 밤'에서도 노브라 관련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소화기관에 좋지 않아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그게 자연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한다"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로 어울리면 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설리는 "많은 사람이 노브라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고, 틀을 깨고 싶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니다"고 했다.

많은 여성들은 설리의 이런 행보에 지지를 보내며 환호했지만, 이 같은 설리의 당당한 행보가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다는 비난도 많았다.

설리 사례처럼 우리 사회 전통적 여성상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 의견을 피력했다가 악성 댓글의 타겟이 된 여자 연예인이 적지 않다.

하연수는 인스타그램 활동 중 한 팬의 질문에 '까칠하게' 대답했다고 비판받았다. 당시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일각에선 '그냥 사람처럼 대답했을 뿐, 친절하게 대답하지 않았는데 그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에게 유독 잣대가 엄격하다는 주장이었다.

강지영은 2013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애교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수 차례 받았다. 강지영은 "내가 애교가 잘 없다. 뭐가 애교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이후에도 애교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최근 강지영은 '어린 여성에게 애교를 강요하는 아시아적 문화'의 피해자로 여겨지지만 당시까지만해도 강지영은 '거만하다'거나 '배가 불렀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한번 찍히면, 계속 조롱한다

문제는 한 번 대중에게 찍힌 연예인을 계속 조롱하는 게 일종의 '인터넷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설리는 공개열애와 노브라 논란 등으로 '연예계 악동'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이후 대중적 조롱의 대상이 됐다. 설리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만 올려도 다수의 누리꾼들이 그에게 악성 댓글을 퍼부었다.

예컨대 설리가 친밀한 연예계 배우 김의성과 술자리를 갖고 "사랑하는 의성씨"라는 글과 함께 술자리 사진 등을 올리자 또 다시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씨'라는 호칭을 붙이는 게 부적절하다면서다.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로서 상호 합의가 된 호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리에게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붙어있단 이유로 또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진=설리 인스타그램
/사진=설리 인스타그램
익어가는 장어가 꿈틀대는 영상을 게시했을 때도 설리는 '잔인하다' '소시오패스' 등의 원색적 비난을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을 비난 받는 그의 일상은 힘겨웠다. 설리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5년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설리는 악성 댓글로 인해 '대인기피증'도 겪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 그거 아니야'. '그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바로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았다"며 "(사람들을 피해) 골목으로만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다수의 다른 연예인들도 대중에게 찍힌 뒤 지독한 악성 댓글을 받았고, 이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2007년 1, 2월 잇따라 세상을 떠난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도 성형 및 연기력 논란 등에 대한 악성 댓글로 인해 심각한 심적 고통을 겪어왔다.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으로도 악성 댓글과 루머가 꼽혔다. 2017년에도 그룹 샤이니 출신 가수 종현이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반성은 없다… 바뀌지 않는 문화

하지만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에도 인터넷 문화에는 큰 변화가 없다. 계속해서 비난할 다른 대상을 찾는 식이다.

14일 설리의 사망 비보가 전해진 뒤 처음 비난의 타겟이 됐던 건 래퍼 스윙스다. 스윙스의 곡 '어차피' 중 "오늘 장어 땡기네 설리 불러"라는 가사가 설리를 조롱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설리와 스윙스는 친밀한 사이로 이 가사는 오히려 설리가 이유없이 욕 먹는 사회를 비판한 것이었지만, 누리꾼들은 또 다시 스윙스를 비판 대상으로 삼아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이어 가수 민티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가 페이스북에 "녹음받아서 보컬튠하던 가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남겨진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라는 글을 게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비난 여론이 지속되자 민티는 '하드에 목소리가 들어있고 살아 숨 쉬던 지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하나'라는 뜻으로 글을 썼다고 해명했다.

15일엔 JTBC2 '악플의 밤' 제작진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설리에게 악성 댓글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우울감을 촉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연달아 한 기자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설리 유족의 뜻과 달리 빈소를 알리는 등 보도를 잘못해서다. 하지만 비속어와 인격 모독이 난무하는 등 원색적 비난이 가해지자 또 한 명의 인물을 제물 삼는 게 아니냐는 자정 의견도 나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설리는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남을 해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며 "세상엔 다양한 개성과 삶의 형태가 있는데 많은 누리꾼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악성 댓글을 남겼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특히 연예인들이 대중에게 한 번 찍히면 대중은 그를 집단적으로 계속 공격하는데, 이 경우 집단 공격을 당하는 쪽에선 정신적으로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화가 지속되면 계속해서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이들에겐 합의를 해주지 말고, 좀 더 강경대응을 해야만 문화가 바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10월 15일 (16:3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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