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9세 화성초등생 실종'도 이춘재가 범인이었다(종합)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6)가 저지른 살인 4건이 추가로 밝혀졌다. 경찰은 논란의 '8차 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다만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5일 정례 기자브리핑을 열고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14건에 대한 자백 임의성·신빙성이 높고 당시 현장 상황과 상당히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화성 사건 10건 이외 이춘재 소행으로 확인한 살인사건은 총 4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1987년 12월24일 수원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18일 화성에서 있었던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27일 청주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7일 청주 남주동 주부 살인사건 등이다.

앞서 경찰은 현장 증거물에서 DNA(유전자 정보)가 확인된 화성사건 5건(3·4·5·7·9차)에 대해 이춘재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과거 경찰관 과오 등에 대한 의혹이 없도록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반 수사본부장은 이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4건 자백 이춘재, 속옷·결박 등 '시그니처' 나왔다= 이춘재는 화성 사건 외 4개 사건도 모두 구체적 정보가 담긴 그림을 그리며 자백했다. 범행이 발생한 장소와 인근 지역 등 범인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했다. 김모양(당시 9세)이 방과 후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그해 12월 김양이 실종 당시 입었던 치마와 책가방이 발견됐다. 화성 9차 사건 현장과 불과 30m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경찰은 김양의 시신을 찾지 못해 단순 실종으로 종결했다. 이춘재는 용의 선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반 본부장은 "당시 경찰은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과 화성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주변 탐문을 했다"며 "다만 이 씨는 당시 강도예비죄로 수감 중이어서 대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로부터 시신 유기 장소를 파악해 김양의 시신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경기 화성 지역이 도시개발로 환경이 달라져 장소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신이 확인됐던 나머지 3개 사건은 이춘재의 '시그니처'(정체성이 드러나는 범행 특성)가 드러난다. 1987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듬해 1월4일 여고생 시신 발견 당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였다.

이밖에도 공사장 콘크리트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박모양(당시 17세)도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였다. '청주 주부 살인사건'은 주부 김모씨(당시 29세)가 양손이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흉기에 찔려 있었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춘재 피의자 입건, 강제수사는 불가=화성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2006년 4월 완성됐다. 학계·법조계 자문을 거쳐 정식 수사로 전환됐음에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경찰은 신상공개는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통해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진실 규명의 일환이다. 반 본부장은 "입건은 수사의 전환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본인 자백에 대한 충분한 보강 수사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범 논란이 있는 '화성 8차' 사건 수사는 계속된다. 경찰은 8차 사건도 이춘재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춘재가 피해자와 범행 장소 등 범인만 알 수 있는 구체적 진술을 그림을 그려가며 진술했기 때문이다.

반 본부장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증거물 감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감정이 완료되면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박모양(13)이 희생된 사건이다. 일찌감치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잡혔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모씨를 진범이라고 검거해 연쇄살인 사건과 별개로 종결처리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0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언론과 경찰 조사 등을 통해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약촌오거리 살인'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맡았다.

다만 경찰은 재심 신청을 위한 "수사자료 공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 본부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로 수사기록 사본에 대한 등사 요청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