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담판' 앞둔 브렉시트…물밑 협상 '급물살'

/사진=AFP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기한을 약 보름 앞두고 '청신호'가 감지됐다. 특히 브렉시트 최후 담판격인 EU 정상회의(17~18일) 개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상의 국면도 빠르게 변화중인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EU와 영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만일 영국 정부가 최종 허가(Green light)를 줄 경우 브렉시트 합의 초안이 16일 중으로 발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예정일(10월31일)을 약 보름 앞두고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이에 비해 BBC는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EU와의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보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낙관론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존슨 총리와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영국에서 약 2시간 반 동안 단독 회동한 지난 10일부터다. 두 정상은 회동 이후 공동 성명을 통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브렉시트) 합의의 길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 이후 파운드화는 치솟았는데 지난 10일 파운드화는 전일 대비 1.94% 오른 1파운드당 1.2443달러를 기록했다. 7개월 만에 최대 상승세(하루 기준)였다. 이후 지난 15일 파운드화는 1.2787달러를 기록했다. 나흘간 4.76% 올랐다.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영국령)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EU 회원국으로서 이번 브렉시트 합의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또다른 당사자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최대 난제기 때문이다.

당초 영국과 EU는 해당 국경에 '백스톱(안전장치)'을 두고 브렉시트 전환 유예기간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토록 했다. 그러나 영국 의회는 이 조항이 영국을 영구히 EU에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거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날 BBC와 가디언 보도들에 따르면 영국과 EU협상단은 아일랜드 해상(아일랜드섬과 그레이트브리튼 섬 사이 바다)에 세관 경계를 두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해상 세관 경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가디언은 "비슷한 조항에 대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었다"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안을 영국 의회에 설득시킬 때) 북아일랜드가 여전히 법적으로 영국 세관 영토 내에 있게 된다는 근거로 이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 및 EU와 물밑 협상에서 한단계 양보를 함으로써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영국 내 강경 브렉시터들과 보수당과 연정 파트너인 민주통일당(DUP)이 여기에 동의할지다. DUP는 북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서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분리·차별대우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알린 포스터 DUP 대표는 15일 밤 약 90분간 존슨 총리와 만난 이후 BBC에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상세한 코멘트는 줄 수 없다"면서도 "격차가 남아있으며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 결과에 대해 확실한 긍정도, 확실한 부정적 입장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영국과 EU가 기한 내 브렉시트에 합의할 지는 확답하지 못할 미지수다. 가디언은 "독일 정부 관료들은 이번주 합의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야심찬 목표'라고 봤다"며 "만일 영국이 중대한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기술적 이슈에 합의하기 위해선 추가 두 달 여의 협상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브렉시트를 향한 시간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BBC에 따르면 16일 오전부터 EU 측과 영국 정부는 협상을 이어가며 같은 날 오후 한시쯤, 유럽 위원회 회의를 마친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EU 대사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존슨 총리가 내각에 현재 상황을 브리핑한다.

17~18일에는 EU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브렉시트 기한을 앞두고 EU와 영국 간 사실상 마지막 담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까지 협상단 사이 합의에 도달할 경우 이 정상회의에서의 승인을 받는 작업이 필요하다.

19일에는 영국 특별 의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영국 의회는 '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해 브렉시트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반드시 기한을 연장토록 하는 '벤 법(Ben Law)'을 통과시켰다.

제이컵 리스-모그 영국 하원 원내 대표는 BBC에 "토요일 의회가 열릴지 여부는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며 "EU 정상회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