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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자극적 기사가 키운 악플, 한국포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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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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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살인 下](종합)



[MT리포트]'설리 라이브' 뜨니, 기사 230개…포털에 갇힌 언론


'실검→조회수 경쟁→자극적인 기사→악플 양산' 악순환
유통 구조 문제…"우리도 쓰기 싫다" 기자들 자조도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11시50분쯤, 기사 하나가 떴다. 제목은 이랬다. '노브라 운동 전략일까… 설리 또 인스타서 노출'. 내용은 단순했다..

설리가 전날 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실시간 방송)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걸 보여주다, 가슴 일부가 노출됐단 것. 설리 인스타그램서 이미 삭제된 영상이건만, 아무렇지 않게 기사화가 됐다. 순식간에 '악성 댓글'이 달렸다. "노출증 환자", "진짜 관종" 정도는 양반이고, "그냥 벗고 다녀라", "노출 즐기냐"라며 성희롱도 서슴잖게 이뤄졌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하나 둘씩 기사가 나오다, 급기야 이날 오후 2시18분 전후로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에 '설리'란 키워드가 진입했다. 그러자 온갖 언론이 달려들어 기사를 썼다.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심산이었다. 같은날 오후 6시 쯤엔 이미 실검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설리 라이브', '설리 인스타그램'이란 실검도 함께 떴다. 경쟁이 붙자, 제목은 더욱더 자극적으로 달렸다. '설리 신체노출 논란, 이 정도면 고의?', '경범죄, 공연음란죄 적용될까?'란 기사까지 나왔다. 과거 논란까지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기사 갯수만큼 '악플'도 늘어갔다.

그렇게 지난달 29~30일 이틀 동안 '설리 라이브'란 검색어로만 모두 233건의 기사가 나갔다. 거의 모두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실검이 내려간 뒤에야, 논란은 겨우 끝났다.

설리 사망을 계기로 포털사이트에 갇힌 '언론사 유통구조'를 바꿔야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악플을 부르는 무분별한 기사들이 쏟아지는 이유가, 포털사이트에 의존토록 만드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단 것이다. '실검'으로 대표되는 포털사이트를 통하지 않으면, 기사 자체가 소비되지 않는 기형적 언론 구조가 됐다. 이에 원치 않아도 관련 기사를 써야만 읽히는 상황. 중요한 의제가 밀릴 뿐 아니라, 독자들도 자극적 기사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언론은 왜 포털에 '종속'됐나?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독자들은 어디서 뉴스를 볼까. 주로 네이버·다음·네이트와 같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보는 독자들 비중은 무려 77%에 달했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기사를 보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이는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쉽게 말해, 머니투데이에서 생산한 기사도 머니투데이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에서 주로 본단 얘기다. 언론사들이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형태다.

종이신문 구독율은 2017년 기준 9.9%, 두자릿수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더 이상 신문을 펼쳐서 보지 않는단 의미다. 여기에 온라인마저 포털 위주로 돌아가며 여의치 않자, 언론사는 그야말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절치부심해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묘안을 궁리했지만 유통구조가 공고해진 뒤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자연스런 수익 악화에, 뉴스를 생산해도 읽히지 않을 거란 위기 의식까지 팽배해졌다.

이는 대부분 언론사가 포털사이트에 매달리게 하는, '기형적 유통 구조'를 야기했다. 언론사마다 조회수(트래픽)가 떨어지면 안 된단 사활을 걸고, 어떻게든 읽히는 기사를 쓰게끔 주문했다. 이에 각사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온라인을 주로 맡는 부서를 만들어 대응토록 했다. 언론사 홈페이지 트래픽이 사실상 '위상'을 결정하게 돼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실검→조회수 경쟁→자극적 기사' 악순환

[MT리포트] 자극적 기사가 키운 악플, 한국포털의 한계
말이 좋아 '온라인 대응'이지, 사실상 '실검' 대응이나 다름 없다. 네이버·다음·네이트 등에서 독자들이 보는 기사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사이트 내부 조회수(인링크)로 잡히기 때문. 쉽게 말해, 네이버에서 기사를 보면 언론사 홈페이지(아웃링크)가 아닌 네이버 조회수로 들어간단 의미다.

가령 스마트폰서 기사를 보면 전부 네이버 내부 링크로, PC로 보면 독자가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스탠드를 통한 기사만이 언론사 홈페이지로 아웃링크 된다. PC를 통한 아웃링크 채널을 일부 열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뉴스 트래픽이 모바일로 옮겨간 상황에서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사들이 그나마 돌파구로 삼을 수 있는 게 '실검'이다. 과정은 이렇다. 독자들이 PC에서 '실검'을 누르면, 기사 검색 결과가 뜬다. 그때 제목을 누르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그게 조회수로 잡힌다. 그나마도 모바일에선 검색을 해서 기사를 클릭해도 인링크로 포털 내의 기사를 보게 된다.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가져가는 또다른 아웃링크 경로는 인링크로 포털에서 읽히는 기사들의 하단에 걸 수 있는 주요 기사 3~5개(네이버 5개, 다음 3개)를 통해서다. 이 하단 링크 기사의 경우에는 클릭하면 모바일이든 PC 등 상관없이 언론사 홈페이지로 아웃링크 된다. 몇 단계를 그쳐야 하지만 이를 통한 트래픽이 각 언론사들의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그만큼 포털들이 뉴스 트래픽의 대부분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시간 검색어 위주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게 나오는 포털 기사들./사진=네이버 검색 결과 화면 캡쳐
실시간 검색어 위주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게 나오는 포털 기사들./사진=네이버 검색 결과 화면 캡쳐
이처럼 어떻게든 포털에서 기사를 읽히게 해야 하다보니 모든 언론사들이 '실검'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검이 뜨면, 어떻게든 그 키워드를 제목에 넣어 기사 작성을 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일본 태풍피해'가 실검에 뜨면,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전국 모든 언론매체를 따지면, 수천개에 달하는 터라 그야 말로 '총성 없는 경쟁'이다.

기사도 점점 자극적으로 악화됐다. 무리한 기사를 쓰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팩트 확인, 뉴스의 질보단 어떻게든 빨리 써서 실검 검색에 걸리도록 하는 게 주요 목표가 됐다.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기자 대신 '기레기(기자+쓰레기)'란 말이 판을 치게 됐다.

기자들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언론사 온라인 부서 기자 B씨는 "하루 종일 연예인 SNS를 뒤지고, 더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는데 양심의 가책이 든다"며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C언론사 온라인 담당 기자 D씨도 "말이 좋아 온라인 대응이지, 사실상 실검팀이나 다름 없다"며 "기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기사를 써야하니, 사내 기피부서가 됐다"고 토로했다.

◇중요한 의제 밀리는 '부작용', 독자들도 피로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더 큰 문제는 포털 위주의 언론사 유통구조가, 온갖 부작용을 부른단 점이다. 14일 사망한 배우 겸 가수 고(故) 설리가 시달린 '악플 문제'가 그렇다. 악플러들 잘못이지만, 그 이면엔 기자들의 무분별한 기사 작성도 큰 몫을 했다. 온갖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연예인 기사를 쓰는 통에, 악플러들이 활동하기 좋은 장(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연예인은 여기에 가장 좋은 기사거리가 된다. SNS만 뒤져도 기사를 쓸 수 있고, 품을 들이는 것 대비해 관심도가 높으며, 조회수 또한 잘 나오기 때문. 특히 설리 같은 경우, '노브라(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 등 파격적인 사진도 자주 올리니 언론의 좋은 타겟이 됐다. 이에 설리가 SNS를 올릴 때마다 적게는 수십개씩, 많게는 수백개씩 기사가 떴다. 성희롱 등 온갖 악플이 난무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작 중요한 기사거리가 '자극적 이슈'에 밀린다는 점이다. 실검에 뜬 이슈에만 언론이 집중하다보니, 그새 다른 중요한 의제들은 자연스레 밀리게 된다. E언론사 10년차 기자 F씨는 "품을 많이 들인 좋은 기사가 읽혀야하는데, 연예인 SNS를 보고 쓴 1분짜리 기사보다 안 보니 한숨이 나올 노릇"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라 어떻게 바꿀 방법도 없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 종속되는 유통구조는 '뉴스 쏠림' 현상을 부른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포털사이트에 종속되는 유통구조는 '뉴스 쏠림' 현상을 부른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그런가 하면, 아예 이슈가 되는 주제에만 기사가 쏠리기도 한다. 14일 기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중 사회 분야 1~30위를 살펴본 결과 30개 중 25개가 '설리' 관련 기사였다. 지난달 19일엔 사회 분야 '많이 본 뉴스' 30개 중 19개가 '이춘재(화성 연쇄 살인 용의자)' 관련 기사기도 했다.

이에 독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한다. 제목만 바꾼 비슷한 자극적인 기사 때문에, 뉴스 보기가 싫어진다는 것. 직장인 김성훈씨(39)는 "죄다 자극적이고 나쁜 뉴스만 넘치니, 뉴스 보는 게 몹시 피로하다"며 "독자들도 좋은 뉴스, 중요한 뉴스를 보고 싶다. 뭐가 문제인지 개선됐으면 싶다"고 했다.

◇"언론사 홈페이지서 보도록, '아웃링크' 법제화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언론사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있다.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서 보는 '아웃링크' 방식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포털이 아닌 언론사의 '의제 설정' 권한이 강해져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실검'이 아니라 탐사, 심층보도처럼 좋은 뉴스를 생산하면 수익으로 연결되는 유통구조다.

학계·언론계·시민단체가 참여한 '디지털저널리즘복원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독자들이 포털 내에서 기사를 보는 '인링크' 방식 때문에 흥미 위주로 기사가 편집·노출되는 등 뉴스의 가십화가 초래됐다"며 '아웃링크'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양대 포털 점유율이 77.8%에 이르는 상황에서, 모든 독자가 똑같은 뉴스를 보는 탓에 여론 다양성이 훼손됐단 것이다. 특위는 이 보고서를 국회, 정부, 신문사, 언론계 등에 제출했다.

법제화가 요구되는 이유는 모든 포털·언론사가 일괄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시장 경쟁 상황에서 사실상 현실화가 될 수 없기 때문. 뉴스 소비와 댓글 집중 문제가 제기되면서 네이버 등 포털 들도 지난해 인링크 뉴스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아웃링크 선호 여부에 대한 이메일 설문을 실시하는 등 도입을 검토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유야무야됐다. 당시 설문도 해당 언론사의 절반 가량이 답변을 유보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검색어를 뺐지만 아웃링크 이슈는 그대로 덮었다. 독자들이 언론사를 선택하는 뉴스스탠드를 통해 뉴스를 볼 경우에는 해당 언론사의 조회수로 잡히지만 이는 PC로 뉴스를 볼 경우에만 해당된다. 뉴스 트래픽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절대적이고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거대 포털이 구축한 아웃링크 체제는 사실상 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령 등을 통해 바로 잡는 게 국가 책무"라며 "모든 포털이 동일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뉴스 서비스 시장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설리' 죽음 내몬 악플…해외는 어떻게 규제하나



한국과 비슷한 日 '프로바디어 책임 제한법'
CNN·로이터 등은 댓글창 아예 없애
中 징역 3년, 獨 최대 650억원 벌금

가수 겸 배우 설리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열린 펜디 2019 F/W 팝업스토어 오픈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수 겸 배우 설리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열린 펜디 2019 F/W 팝업스토어 오픈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중국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추문을 인터넷 공간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한 이들은 최고 징역 3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뉴스 유통을 맡는 포털에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 이같은 제도가 국내에 있었다면 악플에 짓밟혔던 그들은 비극적 선택 대신 다른 결정을 했을까.

'악성 댓글(악플)'이 달려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하물며 많게는 수십만 건의 댓글을 받게 되는 공인은 더욱 그렇다.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을 두고 악플 규제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이에 악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해외 정책과 규제에 관심이 인다.

[MT리포트] 자극적 기사가 키운 악플, 한국포털의 한계
◇포털에 책임 지운 日·댓글 아예 없는 中

일본은 뉴스 유통방식이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다. 네이버·다음과 비슷한 일본 최대 뉴스포털 '야후재팬'을 통해 뉴스가 주로 유통되고, 한 기사에 많게는 수천에서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린다. 이 중에는 인신공격, 비방 등이 담긴 악플도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02년 '프로바이더(인터넷 제공자) 책임 제한법'을 제정했다.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포털 사이트가 지게 한 법이다. 피해자의 요청을 받은 사이트 운영자는 악플을 삭제하고 피해자가 원하면 악플을 작성한 가해자의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중국의 대표 포털서비스 바이두는 정부의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으로 댓글 서비스가 아예 없다. 일각에서는 여론 형성을 원치 않는 당의 정책으로 인해 아예 댓글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인다.

◇갈수록 댓글창 없애는 추세…BBC "댓글, 온라인 여론 왜곡"

영미권은 한국·일본과 달리 포털보다는 개별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뉴스가 유통된다. 주로 쓰이는 포털인 구글은 뉴스 검색이 가능하지만, 자체 사이트를 통해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개별 언론 사이트도 댓글창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다. 2014년 CNN은 경찰 총격 사건으로 촉발된 '퍼거슨 시위' 이후 댓글창을 폐지했고, 현재 SNS로만 소통한다. 로이터통신 역시 댓글 창을 없앴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6년 자사 기사 댓글 70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여성·소수집단에 대한 괴롭힘이 심각하다며 인종·이민 등 논쟁을 초래할만한 기사에는 댓글을 불허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일부 기사에 대해서만 댓글창을 허용하며, 달린 댓글을 자체 규정(House Rule)에 따라 조정(moderation) 과정을 거친 뒤 게시한다. 불쾌감 유발·명예훼손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은 이 과정에서 걸러지며, 반복적으로 해당 규정을 어기는 사용자는 댓글 게시를 제한하거나, BBC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미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름, 지역 등을 입력하게 해 댓글 작성에 있어 최소한의 책임을 부여했고, 톱기사나 사설 등 전체 기사의 10% 가량에만 표출 이후 24시간 동안 댓글을 허용한다. 이러한 댓글은 2017년 도입한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음란성·공격성 여부를 검토한 뒤 게시한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징역 3년 처하는 中…엄한 규제도 한몫

엄격한 처벌도 악플 규제에 한몫한다. 독일은 올해부터 정보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등 확산을 막도록 엄격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다. 가짜뉴스가 명백할 경우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하고, 위반하면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국은 2013년부터 온라인 명예훼손에 대해 형법상의 비방죄를 적용해 엄격히 처벌해오고 있다. 그해 12월 한 인터넷 영상에서 옷가게 도둑으로 지목받은 고등학생이 신상털이와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특히 이는 정치인·연예인 추문을 사실 확인 없이 무차별 유포해 해당 글이 5000번 이상 클릭 또는 500회 이상 재전송됐거나, 관련 글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적용된다. 중국 형법에 따르면 모욕·비방죄는 3년 이하의 징역·형사 구금·공공 감시·정치적 권리박탈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연방 형법은 사이버폭력을 법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으나, 주별로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법'이 제정돼 있다. 미 사이버폭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총 48개 주가 사이버불링을 법에 규정하고, 이 중 44개 주가 사이버불링에 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강민수·김수현 기자



[MT리포트]인터넷 실명제 부활될까…설리 사망에 '수면 위'


넘치는 '악플'에 자율규제 한계, 실명제 부활 청원↑…"보완책 논의 필요"

[MT리포트] 자극적 기사가 키운 악플, 한국포털의 한계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려온 가수 겸 탤런트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토론 문화 조성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댓글 창에서 비방, 모욕 ,욕설 등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정치 공방 속에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악의적 장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설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를 강하게 처벌해 달라”,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더이상 무고한 사람이 죽지 않게 해달라” 등 인터넷 실명제 부활을 주장하는 청원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위축 감수하고 "실명제 부활" 주장 왜?=인터넷 실명제란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본인 확인돼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다. 익명에 기댄 악성댓글, 사이버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막겠다며 2007년 일일 방문자 수 20만명 이상 사이트와 국가기관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표현의 자유 침해와 주민번호 남용 등 실명제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속출, 2010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결국 2012년 헌법재판소는 “실명제가 불법 정보를 줄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제도 시행으로 창출되는 공익 효과보다 적다고 판단했던 것.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그러나 악성 댓글, 사이버 모욕, 가짜 뉴스(허위정보) 게재 등 실명제 폐지 후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더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제 폐지의 취지는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토론 문화 발전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지난 몇 년간 세월호 같은 국가 비극이나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댓글로 인한 상처가 재확산되는 경우가 많았고 연예인 비방, 욕설, 거짓 정보로 인터넷상에서 정상적인 여론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자율규제 한계…공개적 재논의 필요"=댓글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부활은 위헌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다시 입법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시 실명제 위헌 결정은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판결이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한 것으로, 익명적 표현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의사표현으로 본 것"이라며 "공개적 표현만 인정한다면 공익제보 등이 어렵고 실명제가 인터넷 문화를 개선한다는 효과성이 검증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인터넷 실명제가 어렵다면 차선에 준하는 법적·구조적 보완책이라도 마련하기 위한 공개적인 논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 교수는 "현재 인터넷 시스템이 사회적·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실명제에 준하는 추적 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피해 구제에 대한 효율화 방안, 온라인상 권익 침해에 대한 형량 판결 조정 등 법 규범 문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털 악플 차단 진땀…우회표현 '우후죽순'=인터넷 기업들도 책임감을 갖고 보다 강도높은 시스템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명제 폐지 이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업체들도 악플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각 사업자들은 욕설·스팸 댓글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댓글 20개, 답글(대댓글) 40개, 1분 이내 연속 등록 제한’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규정을 어길 경우 이용정지 등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회원 계정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다른 계정을 만들면 막을 길이 없다.

욕설·비속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욕설을 자동 차단하거나 작성 시 'OOO'으로 바뀌는 치환 기능도 있다. 입력할 때마다 경고하고 검토 결과 상습 악플러로 판단되면 이용정지 대상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발음을 교묘하게 바꾼 욕부터 영어, 초성만을 이용한 욕설, 특수문자 삽입 등으로 규제를 피하는 우회 표현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다.

강미선 기자



설리 떠나보내고도…'악플금지법' 없는 이유는?


애매한 '악플'의 정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배우 설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 기념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배우 설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 기념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설리는 악플(악성 댓글)로 괴로워했다. 2014년엔 연예계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악플이 꼽힌다.

악플은 해묵은 사회적 문제다. 늘 문제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악플을 막을 만한 명확한 법이 없다. 설리 사망 후 온라인 상으로 ‘악플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곧 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 제 70조에 따라 ‘악플러’를 처벌할 수는 있다. 이 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일반 형법 상 명예훼손죄를 정통법에 끼워넣은 것인데 법 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악플금지법을 제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법을 만들기 위해선 ‘정의’와 ‘규정’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악플이다’라는 정의와 규정이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더 있다. 악플은 일단 양이 많다. 손쉽게 소비된다. 욕설이 아닌 형태의 비난도 가능하다. 예컨대 악플금지법을 만든다고 하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작성된 악의적 게시물’ 정도로 악플을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악의적’이라는 평가를 누가 어떻게 할지, ‘게시물’ 범주에 댓글을 포함시킬 것인지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이 아닌 포탈업체 등에 대한 규제로 악플에 대응한다. 업체별 시스템으로 최소한의 스크리닝을 하는 수준이다.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가리는 알고리즘 등을 활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2015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 명예훼손 댓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 온라인에 떠돌 때였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나서 개정을 막았다. 민주당은 당시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도 차단하고 언론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명예훼손성 댓글이라도 제3자가 판단해 삭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허용하면 문제없는 표현까지 손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여기서도 제3자의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였다.

악플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 법은 기본권 중 정신적 기본권을 경제적 기본권보다 강하게 보호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 검열이 난무했던 군사정권 시절을 겪은 후, 표현의 자유가 더 강하게 보장되고 있다.

어떤 것이 악플인지 규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규정하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법을 만들어 강제하고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악플금지법을 제정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면, 디지털 윤리의식 교육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정보화교육에 법적·윤리적 기준에 대한 교육을 명시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불펌(불법적인 콘텐츠 도용)’, ‘악플(악의적인 댓글)’ 등을 예방하는 교육 시행할 것을 명시했다.

김평화 기자



국민 10명 중 7명 "온라인댓글 실명제 찬성"


[리얼미터]정치성향, 지역, 연령 관계없이 대다수가 찬성
[MT리포트] 자극적 기사가 키운 악플, 한국포털의 한계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온라인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매우 찬성 33.1%, 찬성하는 편 36.4%) 응답이 69.5%로 집계됐다. 반대(매우 반대 8.9%, 반대하는 편 15.1%) 응답(24.0%)의 세 배에 가까운 것으로 수치였다. '모름/무응답'은 6.5%였다.

세부적으로는 거의 모든 지역, 연령층,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9년 10월 15일(화)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9,32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2명이 응답을 완료, 5.4%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으로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다. 무선 전화 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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