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호텔에 감금... 축구 평양원정 뒷얘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사진=뉴스1

한국 축구 대표팀이 평양 원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그와 함께 사실상 연락이 두절됐던 2박3일 원정 기간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북한 축구 대표팀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3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경기를 마치고 평양에서 하룻밤을 보낸 대표팀 선수단은 16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17일 새벽 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선수 25명 중 9명은 경유지 베이징에서 각자 소속팀으로 합류했고, 나머지 16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다사다난했던 평양 원정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선수단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직후 가방에 든 소지품을 모두 손으로 적어내야 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아 여러 번 다시 써야 했다고 한다.

음식 등에 대해서는 "음식은 호텔 식단으로 해결했다. 평양 도착 후 고기와 해산물이 들어있는 메인 재료 3박스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원래 농수산물을 가져가지 못하는 건 맞다. 사전 신고를 하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별도로 신고를 하진 않았다. 고기나 해산물이 다른 원정과는 다르게 현지 조달이 안 될 가능성이 많아 챙겨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단 단장을 맡아 원정에 동행한 최영일 KFA 부회장은 경기 외적인 문제에 대해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호텔에서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외부인도 못 들어오게 했다"며 "호텔 직원들은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질문에 답도 잘하지 않았다. 금일 출발 전까지도 호텔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평양에 있는 동안 사실상 호텔에 감금당한 셈이다.

최 부회장은 자체 회의를 통해 이번 경기와 관련해 이의 제기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울루 벤투 대한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사진=뉴스1

벤투 감독은 북한전에 대해 "좋지 않은 경기"였다며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와 경기가 자주 끊겼다. 거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경기가 중단되면서 심판이 상황을 조정하고,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는 상황이 자주 반복돼 경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수확'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가 거칠었다"며 "우리는 아니었는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번 남북 대결을 "전쟁 같았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부상 없이 잘 끝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와 손을 사용하고,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무릎으로 치고 들어왔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것에 대해 최 부회장은 "나도, 선수들도, 벤투 감독도 많이 놀랐다"며 "FIFA 관계자들도 관중이 없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고 답했다.

경기 중 사진/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