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브로맨스' 오바마, 트뤼도 공개 지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지난 2016년 아내와 함께 미 워싱턴을 국빈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지난 5월 캐나다 온타리오의 한 맥주집에서 만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로이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21일(현지시간)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연이은 악재로 궁지에 몰린 트뤼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바마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는 캐나다 시민들이 트뤼도의 재선을 위해 그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재임 시절) 트뤼도와 함께 대통령으로서 일하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는 기후변화 같은 큰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지런하고 유능한 지도자다. 세계는 지금 그의 진보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뤼도도 화답했다. 그는 오바마에 "고마워, 내 친구"라며 "진보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둘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친분을 쌓아왔다. 트뤼도는 2016년 3월 캐나다 총리로는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미 워싱턴을 국빈방문했다. 오바마는 임기가 끝난 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뤼도의 정책과 소신에 종종 공감을 표시해왔다. 올해 초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두 사람이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둘은 기후변화와 여성권리보호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진보적인 정책으로 결속되어 '끈끈한 브로맨스'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아내와 함께 미 워싱턴을 국빈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트뤼도는 지난 2015년 양성평등, 소수자 권리 보호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됐다. 그는 취임 후에도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고 장애인, 인도계, 성소수자 등을 장관으로 대거 기용하는 등 다양성을 중시하면서 '진보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트뤼도의 행보에는 악재가 겹쳤다. 지난달에는 교사로 일했던 2001년 학교 코스튬 파티 때 얼굴과 목, 손 등을 모두 새까맣게 칠하고 아랍인으로 분장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오랜 흑인 차별의 역사를 가진 서구에서 까맣게 얼굴을 칠하는 '블랙페이스'는 인종차별적 모욕 행위로 간주된다. 여기에다 트뤼도는 측근의 뇌물 사건 수사 관련 기소유예를 검찰에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오바마의 공개 지지는 트뤼도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라드 부샤르 퀘벡대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제무대와 캐나다에서 큰 존경을 받는다"면서 그의 지지 언급이 트뤼도 총리에게 도움될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