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의해도 브렉시트 '한치 앞 몰라'…내일이 '운명의 날'

영국기와 유럽연합 기와 현수막 등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7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 직전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초안)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당초 이날 브렉시트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나와 가슴 졸이던 후라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반색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당시 영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월과 3월 세 차례나 거부, 브렉시트가 연기된 전례가 있다.


영국 의회는 19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회기를 열 예정. 여기서 합의안 승인, 또 다른 거부와 지연, 대법원을 무시한 존슨 총리의 정회, 조기 총선, 또 다른 브렉시트 찬반 투표 등의 '모든 선택지'가 아직도 가능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하단 얘기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존슨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7일 EU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서 "의지(will)가 있는 곳에 합의(deal)도 있다"면서 "이번 합의안은 영국과 EU를 위해 균형잡혀 있고 공정하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트위터로 "(EU로부터) 통제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합의안을 타결했다"면서 영국 의회의 합의안 통과를 촉구했다.


28개국 EU 정상들은 이 합의안에 서명해서 공은 영국 의회에 넘어갔다.

존슨 총리가 승리를 확정지으려면 과반인 320표가 필요하다. 일부 의원들이 투표에 불참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제1야당인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은 모두 이번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조차 이번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마련한 합의안이 메이 전 총리가 만들었던 것보다 더 나쁘다고 혹평했다.

현재 영국 하원의 총 의석은 650석이다. 11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320석을 받아야 과반이 넘는다. 문제는 보수당이 하원의장을 포함 289석, 노동당이 244석을 가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존슨 총리 측은 그간 보수당내 강경파들, 지난달 초 그가 내쫓은 노딜 반대 의원들 그리고 야당인 노동당내 협력자들에게 표를 구하고 있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된다면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의원들이 이 합의안을 거부할 경우 법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EU 지도자들에게 브렉시트를 2020년 1월까지 3개월 더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야 한다.

하지만 그간 총리는 세 번째 연기는 없다고 말해왔고 이날 융커 위원장 역시 연장은 없다고 말하며 하원을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만약 승인 투표가 부결될 경우 '노딜 브렉시트'를 위한 의회 정회, 존슨 총리의 조기 사임 뒤 조기총선, 브렉시트 재국민투표 등의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영국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존슨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새로운 국내 의제를 도입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달간 의회 정회를 요청한 바 있다. 의회가 개입할 길을 열어주지 않고 '노딜'을 밀어붙이겠다는 총리의 노림수로 해석되는 행위였다. 영국 대법원은 의도적인 의회 정회 조치에 '무효' 결정을 내렸지만 총리가 이 결정을 무시하고 다시 의회 정회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이 다수당이 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을 두 번이나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조기총선안을 위해서는 제1야당인 노동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부 정당들은 EU에 잔류하는 것에 반대하여 브렉시트 재투표를 시도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 관련 캠페인인 피플스보트(국민의선택)는 의회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19일 국회 밖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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