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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일자리는 양이 곧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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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경제부장
  • 2019.11.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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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공평동에 있는 맥도날드 본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임갑지 할아버지(91) 은퇴식이었다. 임 씨는 1983년 농협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70대 중순이던 2003년부터 17년 동안 맥도날드 강북구 미아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주일에 나흘 출근해 네 시간 동안 일했는데 한 번도 결근한 일이 없었다. 매달 60만원을 벌어 봉사 단체 회비와 교회 헌금을 내고 손주 대학 등록금도 보탰다. 규칙적으로 일하다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국내 맥도날드 매장에는 임 씨 같은 55세 이상 시니어 크루가 300여명 근무하고 있다. ‘맥잡’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말하는데, ‘전망 없는 저임금 노동’이라는 의미가 내포됐다. 하지만 임 씨같은 시니어들에겐 ‘맥잡’이 삶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번듯한 직업이다.

지난달 일자리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9000 개 증가하고 고용률은 2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이 41만7000 개로, 고령자 일자리만 많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의미가 축소됐다. 30~40대 취업자는 19만6000 명 감소했다.

이번 고용 실적은 인구구조 변화로 설명이 된다. 고령사회로 들어섬에 따라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만1000 명이 늘었다. 반면 30~40대 인구는 23만1000 명 감소했다. 실상은 60세 이상 인구 증가폭만큼 그 나이대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또 30,40대 일자리는 그 나이대 인구 감소 폭보다 덜 줄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분간 노인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정부는 노인 인구 증가에 맞춰 올해 노인 일자리 61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들이지만 임 씨 할아버지처럼 개인에게도 소중하고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저숙련 일자리는 다다익선이다. 특히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숙련 일자리 공급이 많아지면 그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줄어든다. 외부 노동 유입이 없다면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고용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처우는 좋아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해 비롯해 선진국들이 저숙련자 이민을 막고 고학력·숙련 이민자만 늘리는 쪽으로 이민 정책을 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고학력·숙련 이민자가 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 노동자들의 경쟁이 늘어 그들의 임금이 떨어진다. 그럼 소득격차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반면 저숙련 이민자가 늘면 자국 저소득층의 소득을 떨어뜨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한국의 경우 노인이 곧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5.3배로 2분기 기준으로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소득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하위 20% 가구의 가구주 연령이 63.8세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세 상승한 영향이다.

고임금, 상용직만 좋은 일자리라는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이 ‘제로’인 사회이고, 상용직과 고임금 일자리로만 채워졌다면 90대 할아버지에게도 돌아갈 자리가 있었을까. 산업, 국가 측면에서도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면 기업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해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고용 경직도를 높이는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이 곧 질이다’는 군사전략에서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 전투에서 실제로 들어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자리에 있어서만큼은 참이다.

[광화문]일자리는 양이 곧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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