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탁에 '부정채용' 지시한 前코바코 사장…1심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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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채용절차를 무시하고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을 인턴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공사 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77)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으로 있던 지난 2012년 국회의원 김모씨가 추천한 사람을 부정한 방법으로 면접대상자에 포함해 면접을 보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당해 인턴사원 지원서 접수가 마감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알게 된 김씨와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김씨로부터 19대 총선 당시 김씨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의 아들인 A씨를 추천받았고, 경영관리국장에게 고졸인턴사원 면접시험 대상자에 포함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인턴으로 채용된 A씨는 별다른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없이 정직원 채용 면접에 응시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정직원으로 채용되기까지 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은 "공사의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주위 사람의 추천을 받아 A씨를 면접대상에 포함시킨 것일뿐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방해의 고의를 인정했다. 황 판사는 "이씨는 A씨가 정당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면접위원들로 하여금 적정한 면접 업무를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또 "공사의 주요 업무인 방송·언론·광고 분야에 문외한인 데다 서류전형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성적을 가지고 있던 A씨를 다른 지원자들보다 특별히 우대해 채용할 가치나 필요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로 사회적 폐해가 매우 커 죄책이 무겁다"며 "그런데도 이씨는 사장으로서의 인턴 채용 재량권을 주장하고,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불명예만을 걱정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가 고령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사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이 양형에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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