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98세·13세…유니클로 광고, 정말 의도했을까

유니클로 광고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편 화면 /사진=유튜브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가 '위안부 폄하' 논란이 불거진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해당 광고에 실제 조롱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를 비롯해 다수 누리꾼들은 '80년 전', '98세', '13세' 등 광고에 등장한 문구와 출연자 나이를 두고 비하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측과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니클로가 굳이 논란을 야기할 광고를 제작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논란이 된 광고를 송출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19일 밤부터 대부분의 영상 플랫폼에서 광고를 내리기 시작했다.

논란이 된 광고는 유니클로는 지난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후리스 25주년 대화 30초. UNIQLO 2019 Fall/Winter (フリース25周年 Conversation 30sec. UNIQLO 2019 Fall/Winter)'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15초 분량의 광고는 98세 패션 컬렉터인 아이리스 압펠과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로저스가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압펠은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반문한다. 일본어 편에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이 "옛날 일은 잊었어(昔のことは, 忘れたわ)"라는 자막으로 표기됐다.

이 광고 영상를 두고 '위안부 폄훼' 논란이 불거졌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니클로 광고에 비하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광고에 나온 '98세 압펠'를 언급하며 "지난해 강제 징용자 판결에서 한국이 이겼는데, 한 사람 살아남은 이춘식 할아버지는 98세였다"고 설명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다.


호사카 교수는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자막을 언급하며 "이러한 내용은 한국어 자막에만 들어갔다"며 "80년 전이라는 것은 1939년,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자 판결 문제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그 시기"라고 했다. 이어 "잊어버렸다라는 말까지 붙여가지고 잊을 수 없는 그러한 고통을 사실상 잊었다라는 내용으로 조롱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함께 등장한 '13살 로저스'에 대해 "13살이라고 하면 현재까지 확인이 된 가장 어린 위안부 피해자의 나이는 13살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히 (80년 전인)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라며 "이것은 정말 의도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광고이다. 유니클로는 이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일본정부가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00일째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반면 유니클로가 지금 같은 시국에 조롱을 담은 광고를 제작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클로는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계기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지난 7월 매출이 70% 넘게 급감한 만큼, 유니클로가 굳이 논란을 만들어 감정을 자극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0) 패스트리테일링 회장도 한국인이 느끼는 반일 감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불매운동을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야나이 회장은 지난 9일자로 게재된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게 이상하다"면서 "일본이 한국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일본인이 열등해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유니클로도 '위안부 폄훼'를 의도하지 않았으며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유니클로 측은 지난 20일 "해당 광고는 '후리스'(플리스) 25주년을 기념하는 글로벌 시리즈 광고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으나 많은 분께서 불편함을 느끼신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후리스 광고와 관련한 (위안부 피해자 폄하)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광고를 보는 즉시 이해하기 쉽게 두 사람의 나이 차이인 80년을 언급한 건데 오해가 생겼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