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반쪽위기?…공정위 "갑질근절이 우선"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열린 대규모 쇼핑관광축제 '2018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달 말부터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가 세일 행사를 하려면 가격할인분의 절반(50%)을 납품업체와 분담해야 한다.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백화점 등은 당장 다음달 시작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KSF)' 참여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유통시장의 뿌리깊은 갑질관행을 이참에 확실히 개선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굳건한 모습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30일 일몰이 도래하는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이하 특약매입 지침)'이 31일부터 일부내용이 보완돼 연장시행된다.

'특약매입'이란 대규모유통업자가 반품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판매수수료를 공제한 상품대금을 지급하는 거래방식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일반적인 거래 형태다. 백화점의 약 72%, 아울렛의 약 80%, 대형마트의 약 16%에 해당하는 매출이 특약매입거래로 발생한다.

외상 매입한 상품의 소유권은 대형 유통업체에게 있지만 실질적인 상품 판매·관리 기능은 납품업체가 직접 수행한다.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도 붙는다.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판촉비 등을 부당하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은 거래 형태다.

최근엔 법정 판촉비용 부담비율 준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납품업자가 먼저 요청한 것처럼 서류를 갖추고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달31일부터 연장 시행되는 지침은 대형 유통업체가 5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공동 판촉행사 비용의 예시로 가격할인 행사에 따른 '가격할인분'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판매 수수료 비율대로 나눠 부담했는데, 앞으로는 절반 이상을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판매수수료율 30% 계약을 맺은 상품을 백화점이 1만원에 판매하면 백화점이 3000원, 납품업체가 7000원을 나눠 가졌다. 이 상품을 8000원으로 20% 할인해 판매하면 기존에는 할인가의 30%에 해당하는 2400원을 백화점이 가져가고 남지 5600원이 납품업체 몫이다. 할인 전과 비교해 백화점은 600원, 납품업체는 1400원을 덜 가져가는 방식으로 할인에 따른 부담을 나눈 것이다. 하지만 새 지침이 시행되면 이런 경우 할인에 따른 부담액을 백화점 1000원, 납품업체 1000원으로 동일하게 분담해 백화점 2000원, 납품업체 6000원원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대형유통업체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요건인 '자발성·차별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도 추가했다. 자발성 요건은 대형유통업체가 사전 기획이나 요청 없이, 납품업자 스스로 행사실시를 기획·결정한 경우로 제한했다. 차별성의 경우 판촉행사의 경위, 목적, 과정,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른 납품업자와 뚜렷이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침은 특약매입 거래 비중이 높은 백화점, 아울렛에 타격이 크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대규모 할인 행사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할인금액의 50%를 부담할 경우 영업이익 감소율이 25%에 달하는 만큼 아예 행사를 하지 않는 게 이익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반쪽행사가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 대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총괄해 온 산업통상자원부는 "백화점협회가 보이콧 의사를 공식 밝힌 것은 없다"면서 "정부는 장을 마련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 업계 자율로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백화점 참여하지 않는다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산업부도 지침개정시 혼선과 함께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행사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공정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강경한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통업계 불공정한 관행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이 수수료율을 더 낮추고 할인행사에서 납품업체만 손해를 보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불공정한 관행으로 수익을 누리오던 걸 바로잡겠다고 하니 이제와 이익이 줄어든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할인행사는 유통업체나 납품업체 어느 한쪽에게만 이득이 돼 진행하는 게 아니"라면서 "양측의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진행하는 것인 만큼 비용도 동일하게 나눠부담하는게 이치에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