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근로자 방치해 사지마비 이르게 한 현장감독자

사진= 뉴스1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근로자를 그대로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등 방치해 마비에 이르게 한 건설업체 이사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 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건설 이사 이모 씨(58)에게 금고형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씨는 S건설의 이사 겸 현장 근로자들의 관리감독자다. S건설은 지난 2017년 인천 연수구 소재 연구센터의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이 씨는 2017년 3월 9일 오전 8시쯤 인천 연수구의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A씨(70) 등 근로자 5명에게 3층에 있는 거푸집 해제작업을 지시했다.

A씨는 3층 작업 당시 거푸집 보가 비계 모서리 부분에 떨어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비계는 구조물의 축조, 개조시 등에 인부가 오르내리며 작업도구와 건축재료를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설물을 말한다.

A씨가 3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현장 관리감독자인 이 씨는 119에 연락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씨는 A씨를 개인 승용차에 태워 정형의원으로 데려갔으나 병원에서 거절당하자 A씨를 그대로 방치한 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 씨가 A씨를 대학병원으로 데려간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몇 시간이 지난 낮 12시 52분쯤이었다. 이 씨가 점심을 먹고 다녀온 후였다.

병원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A씨의 경부척수가 손상되고 쇄골이 골절된 상태였다. A씨는 이로인해 사지가 마비되고 있었다.

이 씨는 재판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은 인정하나, 상해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추락 직후에는 A씨가 상반신을 사용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인이 사고 직후 2차 손해 방지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씨의 행동과 A씨의 사지마비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사업장에는 피해자를 포함해 신체장애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근로자들이 있었음에도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 등 이들의 작업을 점검·감시하는 인력을 두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상해 결과가 중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다만 이 사건은 피해자의 추락 자세와 피고인의 부적절한 응급조치로 인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그 결과를 모두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피고인에게는 다른 범죄의 벌금형 8회 전력만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할 경우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씨같이 사업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거나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응급조치를 하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