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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금감원,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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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렬 기자
  • 2019.10.2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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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DLF(파생결합펀드)로 손실을 입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은 빠르면 다음달 DLF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에 나설 계획이다.

DLF를 판매한 은행들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이견이 없다. 오히려 강조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손님 신뢰 회복’을 선언하면서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따르겠다고 했다. 우리은행도 하루 앞선 지난 16일 금감원 분조위 조정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물론 은행까지 나서서 보호하려는 금융소비자는 누구일까. DLF는 일반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아닌 사모펀드다. 소수의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PB를 통해 DLF를 판매했다. 우리은행도 일부 영업점 일반창구에서 팔았지만 대부분 PB를 통해 판매했다.

은행별로 다르지만 은행과 최소 1억원 이상 거래해야 PB 고객이 될 수 있다. 보통 PB 고객들이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점을 고려하면 PB 고객은 대체로 수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서민보다는 부자에 가깝다. 실제로 DLF에 가입한 개인 일반투자자 3004명의 1인당 가입금액은 2억원이 넘는다. 금융당국, 정치권, 은행이 외치는 금융소비자의 실체가 소수의 부자인 셈이다.

금감원 분조위를 통해 손해보상을 받는 사람은 더욱 부자에 가깝다. 금감원 분조위는 불완전판매를 다룬다. 금감원이 지난 1일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20% 내외다.

통념상 은행이 처음 PB고객이 된 이들에게 낯선 상품을 권해서 피해가 생겼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오히려 여러 번 DLF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서 더 나타날 수 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78.2%는 유사한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다. 이들이 "한번 투자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서류를 또 써야 하나”라고 하면 PB들은 자필서명 외에 나머지를 임의기재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불완전판매 의심사례 중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누락하거나 대필한 사례는 상당 부분이 이런 경우다.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펀드를 개설한 사례도 있는데 이 역시 투자경험이 있는 투자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우보세]금감원,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반면 처음 가입한 투자자들은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은행 역시 더 상세히 상품을 안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금감원 분조위에서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 손실을 보전받는 투자자는 도리어 부자일 수 있다. 금감원과 정치권, 은행들이 구제하려는 금융소비자가 투자상품을 잘 아는 부자가 아닌지 좀 더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또 이들 소수의 PB고객들로 인해 은행의 다른 선량한 일반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건 없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 이학렬
    이학렬 tootsie@mt.co.kr

    머니투데이 편집부, 증권부, 경제부, 정보미디어과학부, 이슈플러스팀 등을 거쳐 금융부 은행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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