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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다 '보온식판' 발명 경단녀, 스타트업 대표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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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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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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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보온 식판 발명해 각종 시상식 휩쓴 베이비키스 이은희 대표 "MOM 헤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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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베이비키스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이은희씨(38)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뒤 증권사에 들어갔다. 몇 군데 회사를 옮겨 다니며 직원관리팀 팀장으로, 프라이빗뱅커(PB)로 일했다. 10년 차가 되던 2014년 결혼한 직후 임신을 했다. 친정과 시댁 모두 아이를 봐줄 상황은 아니었다. 경제 사정도 넉넉하지만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정했다. '한 3년 아이 키우다 재취업하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경력단절 여성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뒤편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이씨는 재취업을 하는 대신 육아를 하면서 겪은 불편함을 토대로 발명을 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돌이 지나면 일반식을 먹게 된다. 아이 밥을 먹이다 보면 1시간은 족히 걸리기 마련. 그러다 보면 음식이 식는다. 그래서 이씨는 보온 기능을 탑재한 식판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대상을, 지난 6월 여성발명왕엑스포에서는 금상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함께 받았다. 현재 직원 3명을 거느린 스타트업 베이비키스의 '대표님'이다.

지난 18일 이 대표를 만나 30대 경력단절 여성이 발명가이자 스타트업 대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 마트 알바 하려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템…"보온 식판, 사서 쓰려니 없어 만들어보기로"

이 대표가 처음부터 재취업 대신 발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한다.

"퇴사 결정, 부담스러웠죠. 모아둔 돈도 많이 없었고.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이 키우다가 다시 취업하면 되겠다, 다시 PB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한 3년이 지나고 보니 그 사이에 증시 제도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뉴스도 안 본 지 오래됐고. 그런 생각을 하니 두렵더라고요.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그래서 일단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아이템이 떠오른 거죠."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발명이나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때 별 생각 없이 창업 관련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큰 흥미를 느꼈다. 학생 시절 온라인 쇼핑몰도 창업해봤다. 이런 성향과 경험 덕이었을까. 아이 밥을 먹이다가 우연히 창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이 대표는 "처음 아이에게 일반식으로 밥을 먹이는데 기본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음식이 식으니까 매번 국은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밥은 새로 퍼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매번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이다 보니 힘이 들었다"며 "보온이 되는 식판을 사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에 그런 제품은 없었다. 어렵게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하나 찾았는데 완성도가 형편없었다. 플라스틱 수조에 끓는 물을 붓고 그 위에 식판을 올려서 사용하는 구조였다. 이 대표는 본인이 직접 보온 식판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종이컵으로 모형을 만들어봤다. 고체 연료를 구해 일반 식판 밑에 놓고 가열을 해봤다. 어느 정도 생각했던 대로 온도가 유지됐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면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은희 대표가 처음 그려 본 설계도(좌)와 종이컵으로 만들어 본 보온 식판 모형 /사진제공=이은희 대표
이은희 대표가 처음 그려 본 설계도(좌)와 종이컵으로 만들어 본 보온 식판 모형 /사진제공=이은희 대표

◇ 나라 지원받아 시제품 제작·지페어 출품, "사업에 대한 확신 들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그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제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고 업계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투자를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시제품을 만드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시제품 만드는 업체들을 찾아봤는데 비용이 어마어마했어요. 사업성이 있을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몇천 만원을 투자하기는 어렵잖아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방법을 찾았죠. 그러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알게 됐어요. 시제품 제작 비용을 1억원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모집기간이어서 사업계획서를 쓰고 발표도 했죠. 운 좋게 입교를 하게 됐어요."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안산으로 출퇴근하며 시제품 제작에 전력을 쏟았다. 지난해 10월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한국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 전문전시회 '지페어코리아'(G-FAIR KOREA)에 출품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후 서울국제발명전시회 등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 업계에서 점차 베이비키스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아무도 쓰지 않던 제품이라 팔리기는 할지 고민이 많이 됐는데 지페어에 나간 뒤로 사업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보온 식판을 만들 때 가장 주의 깊게 따진 것은 안전이다. 베이비키스의 식판은 음식을 데우는 최대 온도가 60℃로 정해져 있어 화상 위험이 없다. 40∼50℃로 보온도 가능하다. 인체에 무해한 젖병 소재를 사용했다. 음식을 데우는 기기와 식판을 떼어 내 설거지를 할 수 있다. 반찬 칸 일부만 따로 데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 대표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며 "엄마가 식판에 밥을 차려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면 아이들이 알아서 안전하게 데워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분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제품은 양산화 직전 단계다. KC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판매처도 곧 정해진다.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쯤에는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다양한 투자자들, 바이어들,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핑크퐁과도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야기가 잘 되면 식판에 아기상어 캐릭터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은희 베이비키스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이은희 베이비키스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 "경단녀 창업? 겁먹을 필요 전혀 없어…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대표가 퇴사한 때가 2014년 7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한 때가 지난해 3월이다. 불과 4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가전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수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지 않을까.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다른 엄마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 아무리 잘나갔어도 아이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어요. 참 슬픈 일이죠. 그런데 만약에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길이 아주 많이 있어요. 꼭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을 위한 창업경진대회도 있고, 대출상품도 많고요."

물론 어린아이를 도맡아 키워야 하는 여성이 혼자 사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대표도 많은 편견과 무시를 견뎌내야 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전공자도 아닌데 이거 왜 해요'였다"며 "'당신이 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남자라면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많이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자들이나 기존에 사업을 하는 분들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라서 불리한 면이 있는 만큼 분명히 유리한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까, 남들이 많이 하니까 창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는 "모두가 다 스티브 잡스를 꿈꾸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아주 낮다"며 "먼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쌓아보고, 사업 자금도 어느 정도 모아 가면서 좋은 아이템을 구체화해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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