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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집창촌까지 보존하겠다는 '박원순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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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엄식 기자
  • 2019.10.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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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재생 정책 곳곳에서 불협화음…“과거에 집착해 미래를 희생한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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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SH공사가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내부 시설을 공개했다. 성동구치소 부지에 2021년 주택 1300가구와 문화시설을 지을 예정인데 개발계획에 따르면 감시탑, 담장 등 일부 건물 외형을 보존할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 5월 2021년 착공하는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8만3777㎡ 부지에 1300가구의 아파트와 문화‧교육‧청년일자리 시설 등을 짓기로 했는데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 주택이 아닌 공원과 문화시설을 원해서다. 특히 서울시는 공공기여로 확보한 일부 부지(약 4000㎡ 규모)에 있는 감시탑과 담장 등 구치소 건물 외형을 남기고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인근 주민은 “성동구치소가 독립투사들이 투옥된 서대문형무소처럼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도 아니고 1970년대 지어져 건축양식으로도 가치가 낮은데 왜 이런 계획을 세웠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전에 주민들에게 설명했고 구치소 감시탑 등은 근대 교정정책을 설명하는 ‘유산’으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어서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 사업을 추진하는 SH공사는 개발계획 주민 설문조사에서 구치소 외형 보존 여부에 대해선 별도로 찬반 견해를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내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보존을 중시하는 이른바 ‘박원순표 도시재생’ 정책이 지역 주민들과 번번히 충돌한다. 옛 생활환경과 건물양식을 보존하려는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계획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논란이 된 동대문구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 조성 계획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조합이 기부채납한 단지 앞 3160㎡ 규모 부지에 있는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한옥 여인숙, 공유오피스 등을 조성할 예정인데 이 중 일부 건물이 과거 성매매업소로 활용된 사실이 알려져서다.

청량리4구역 앞에 위치한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 부지 전경. 이곳에 있는 일부 건물은 과거 성매매업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
청량리4구역 앞에 위치한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 부지 전경. 이곳에 있는 일부 건물은 과거 성매매업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과거 성매매업소가 아닌 여인숙, 쪽방 등으로 활용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했지만 이곳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이런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원 등 공용시설을 위해 기부채납한 땅인 만큼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상식적인 결론을 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통해 성매매업소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지 집창촌 보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을지로 세운재개발구역은 올해 초 박 시장이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 보존 방침을 밝히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을지면옥이 역사적 전통이 있고 보존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금지했는데 정부의 문화재 지정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이를 근거로 사업을 중단시켰다.

세운3구역 토지주 협의회 관계자는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을 발표한 당사자가 박원순 시장”이라며 “이를 근거로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등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사업장을 돌연 법적 근거도 없는 기준으로 갑질행정을 한다”고 했다. 이들은 건물 노후화로 화재, 붕괴 위험에 노출된 현장을 박 시장이 직접 둘러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재건축을 진행 중인 개포주공4단지 주민들도 서울시에 불만을 나타낸다. 서울시가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으로 받은 부지에 있는 429동과 445동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원형을 보존할 계획이어서다. 강남개발 초기 저층 주공아파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주민들이 많다.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부지 전경. 부지 중간 지점에 서울시가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429동, 445동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제공=개포4단지 재건축 조합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부지 전경. 부지 중간 지점에 서울시가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429동, 445동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제공=개포4단지 재건축 조합
장덕환 개포4 재건축 조합장은 “옛 생활상은 작은 기념관을 만들어 영상물 등 기록으로 남겨도 충분하다”며 “여기에 곧 35층 높이 새아파트가 들어설텐데 단지 내부에 철거 직전 건물이 남아있다면 매우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강남구청은 이 건물을 활용해 도서관 등 공용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나 건물 외형을 유지해야 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7년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역사 흔적 남기기 일환으로 단지 내 굴뚝과 한강변에 위치한 타워형 건물인 523동 주동을 보존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불렀다.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자 굴뚝을 없애고 타워형 주동도 15층에서 5층만 남겨 도서관으로 꾸미기로 했다.

박 시장의 이런 보존 지향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었다. 한 시민은 서울시장 공개 민원을 통해 “최근 시장님 정책을 보면 너무 과거지향적이며 초현대 도시와 조화가 안된다”며 “이런 사고방식이면 서울시 반이 보존지역이 되겠다. 과거에 집착해 미래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엄식
    유엄식 usyoo@mt.co.kr

    머니투데이 건설부동산부 유엄식입니다. 건설업계와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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