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전기차 인프라 업체가 국내에?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세계 EV(전기차) 시장 점유율 5위로 올라서며 약진 중이다. 우리가 EV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또 있다. 'EV 충전기' 분야 세계 2위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다.

EV 인프라 시장 점유율 1위는 스위스의 ABB다. 시그넷이브이(대표 황호철)는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전기차 초급속충전기(150kW급 및 350kW급 이상)의 공급 규모로는 ABB를 제쳤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설립 2년 만의 일이다. 시그넷이브이는 산업용 배터리 업체 시그넷시스템으로부터 분사, 2016년 독립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안목 덕이다. 무엇보다 해외 수요를 충족할 기술력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폭스바겐 자회사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가 10년간 진행하는 EV 인프라 프로젝트에 시그넷이브이가 선정된 것이 바로 그 예다. 5단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데, 시그넷이브이의 1·2단계 공급 규모가 각각 약 220억원, 500억원(예정)이다. 2020년에는 1000억원 납품이 목표다. 업체 측은 "중간에 공급을 포기한 해외 업체의 몫을 채우기도 했다"면서 "성능과 설치 속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고 했다.

업체에 따르면 이 회사 EV 충전기는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충전 케이블 냉각 시스템이 탑재돼서다. 초급속 전기자동차 충전기 350kw/h급은 전기차를 20분 만에 완충할 수 있다. 차 여러 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는 파워 쉐어링 기술도 갖췄다.

하루아침의 성과는 아니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는 산업용 충전기를 개발하자마자 미국행을 자처했다. PGA(미국프로골프) 대회가 열리는 곳곳을 발로 뛰며 영업했다. 지금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 기반을 닦은 시기다. 1997년 충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 때 함께한 초기 멤버 13명은 여전히 그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