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시 비중 상향하겠다"에 교육계 곳곳 '우려'

머니투데이

조해람 기자
오세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중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육계가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교육정책이 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연설에서 직접 정시 확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서 대학에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단 정시를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에는 줄곧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날 발표 이후 교육부는 곧바로 입장을 내 "학종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당정청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계는 정부의 결정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입장이다. 정시 확대에 반대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 한마디로 대입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고 민심을 달래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대입제도 개편과 연관해 발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시 비중을 당초 예고한 30% 이상으로 하자는 이야기라면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한 부분"이라면서도 "만약 그 이상 확대를 의미한다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개편의 논의구조가 정치권 요구에 따라 변해선 안 된다"며 "먼저 교육계의 다양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학종 실태조사 결과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오는 11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