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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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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문 관세청장
  • 2019.10.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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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포도주 1병을 훔친 사안이 있다고 하자. 한 검사가 이와 같은 똑같은 사안을 두고 한 사람에겐 벌금 100만원을, 다른 사람에겐 벌금 300만원을, 또다른 사람에겐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쳤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다시 묻겠다. 월급 100만원 받는 사람에게 내린 벌금 100만원과 월급 300만원인 사람에게 내린 벌금 300만원, 그리고 월급 1000만원인 사람에게 내린 벌금 1000만원 어느 것이 가장 중한 형벌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벌금 100만원이 가장 중한 형벌이다. 월급 1000만원인 사람에게 1000만원은 큰 돈이긴 하지만 몇 달간 절약하면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월급 300만원인 사람에게 잉여금 300만원 마련은 아마 6개월에서 1년은 족히 걸릴 정도의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데 월급 100만원인 사람에게 100만원은 친척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다른 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고는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도입을 논의 중인 일수벌금제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수벌금제라는 것은 벌금을 총액으로 정하지 말고 범죄자의 하루 수익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다. 벌금을 책정할 때 징역 10일로 정하고 그 사람의 하루 수익을 곱하는 식으로 정하면 된다.
 
일수벌금제는 소득에 따라 벌금액이 달라지는 제도로 1921년 핀란드가 처음 도입했고 스웨덴,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이 채택한 제도다. 2013년 스웨덴의 한 사업가는 핀란드에서 시속 55㎞ 구간을 시속 77㎞ 속도로 달리다 1억3700만원의 벌금을 문 적이 있고 2004년 노키아 부사장은 시속 25㎞ 구간에서 과속을 했다가 2억5000만원을 벌금으로 낸 적이 있다. 나는 일수벌금제 도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현 벌금제에서도 운용에 따라그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든 예가 그러할 것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형식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보면 일견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도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층위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고 보다 적실성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선 현재 공정성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 공정성이 너무 형식적 공정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에서 찾고자 하는 공정, 즉 정의는 그러한 형식적 공정성이 아니다. 법사회학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누구도 센강 다리 밑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다면 이 법은 정당한가? 집이 있는 부자들이 다리 밑에서 잠을 잘 이유가 있겠는가? 부랑아, 거지 등 집이 없는 사람이나 다리 밑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이러한 법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공정이겠는가? 거의 모든 법의 문제에는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다양한 층위,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합법이니 정의니 공정이니 하는 말로 정의하지 말자. 세상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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