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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남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도 친자"(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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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9.10.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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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유전자형이 다른 자녀도 남편 친생자로 추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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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라도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사건에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부인 B씨와 1985년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해 1993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이번에도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2013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DNA) 검사결과 두 자녀 모두 A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다만 대법원은 1983년 이후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해왔다.

현행 민법 제844조·제847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있다. 친자식이 아니라며 친생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2가지가 있다.

친생부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녀에 대한 것으로 2년의 제소기간 제한이 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는 자녀에 대한 것으로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다. 이에 따르면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는 경우 제소 기간의 제한이 없어 친생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아내가 혼인 중에 아이들을 출산한 이상 아이들은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1심 법원은 원고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므로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또 1심 법원은 이번 소송을 만약 '친생부인의 소'로 보더라도 제척기간인 안 때부터 2년이 지났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각하가 아닌 기각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첫째 아이에 대해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배우자가 동의한 경우’라면서 이 아이는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 법원은 둘째 아이에 대해 유전자형이 다르다면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양친자관계가 성립해 소의 이익이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원고 A씨는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까지 열어 심리했다.

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돼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부분은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다뤄진 내용이다.

이어 대법원은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해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판단하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것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부분이다.

권순일, 노정희, 김상환 등 3명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냈다. 이들은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돼야 한다”며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음이 증명되고,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론은 상고기각으로 다수 의견과 같아 별개의견으로 남았다.

민유숙 대법관은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동거의 결여뿐만 아니라 외관상 명백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별개의견 겸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익의 비교 형량 등을 근거로 해 내려진 판결”이라면서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관계 역시 다른 친생자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확정되도록 함으로써 혈연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범위를 정할 수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이 사건이 우리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개변론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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