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장기화에 홍콩 IPO 위축…싱가포르 반사이익

홍콩 시위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모습. / 사진=뉴시스

홍콩 시위가 격화되며 홍콩 IPO(기업공개) 시장이 전보다 대폭 위축됐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 등이 맞물리면 회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올해 1~9월까지 홍콩 IPO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3% 감소한 161억9000만달러(약 19조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6~8월동안 최대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자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과 함께 국제 금융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홍콩이 시위 장기화로 위상이 흔들리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곳이다.

기대를 모은 '대어급 IPO' 기업이 발길을 돌린 점도 홍콩 시장에 타격을 줬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당초 8월 말로 예정된 최대 150억달러(약 17조6000억원) 규모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또한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계획된 해외 상장을 당초 논의됐던 홍콩이나 런던 증시가 아닌 도쿄 증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로 유명한 투자회사 크레인셰어스의 브렌던 아헤른 대표는 "이어지는 시위가 규모는 작아지되 폭력성이 짙어지며 투자 심리를 낮추고 있다"며 "관광객 기피로 호텔, 레스토랑, 소매업자까지 타격을 입으며 실물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IPO는 투자 열기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홍콩에서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전 가능성도 있다. CNBC는 "미국이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실행할 경우, 홍콩의 자금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등 (중국 제재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백악관 측은 "해당 기사 내용 중 절반 이상은 부정확하거나 완전히 거짓"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다만, 미 재무부는 보도 반박 과정에서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붙여 우려를 높였다.

CNBC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자본 통제가 실행된다면, 홍콩은 이 조치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나 아람코급 대어는 아니지만, 9월 말과 10월 들어 대규모 기업들의 IPO가 연이은 점도 긍정적이다. 최대 14억5000만달러(1조70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업체 ESR케이만은 지난 21일부터 수요예측에 들어가 다음 달 1일부터 상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당초 6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 계획이었으나 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IPO가 미뤄졌다.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인베브는 아태지역 사업체인 버드와이저 브루잉을 지난 9월 30일 홍콩 증시에 상장해 약 50억달러(5조8600억원)을 조달했고, 중국 스포츠웨어업체 탑스포츠 역시 상장해 10억1000만달러(1조1800억원)를 조달했다. 홍콩 증시 IPO 건수도 9월(6건)에 비해 10월 11건으로 늘었다.

일레인 탄 레피니티브 선임연구원은 "튼튼한 IPO 계획이 지난 두 달 동안 나타난 상장 가뭄 현상을 이전으로 되돌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