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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세대갈등이냐 양극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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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10.28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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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첨단의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방이 거짓과 허구로 둘러싸인 무서운 시대를 보내고 있다. 최근 사회적 담론으로까지 부상한 ‘세대비판’ 내지 ‘세대갈등’ 역시 탈진실이고 허구다.
 
이 담론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50~60대 기성세대가 수십 년간 이어진 성장과실을 다 가져갔다. 특히 ‘86세대’(80년대에 대학에 다닌 60년대 출생자)는 대학도 쉽게 갔고,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 갔으며, 신도시 건설 등의 영향으로 내 집 마련도 쉽게 했다. 그들이 성장과실을 독식한 결과 지금 젊은 세대는 대학 입학도 어렵고 취업은 더더욱 쉽지 않고 내 집 마련과 결혼·출산은 꿈도 꾸지 못하는 ‘헬조선’에 사는 신세가 됐다. 하다못해 86세대는 대기업 임원과 국회의원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자리까지 독식하고 있다. 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서 지금 20~30대 젊은 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만큼 갈등이 심한 나라도 드물지만 특히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적 이슈가 된 데는 이유가 있긴 하다. 바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1960~70년대만 해도 연간 출생아 수는 90만명을 넘었다. 58년 개띠 출생자는 101만명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그 후 급격히 감소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명에 그쳤고 내년에는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의 결과로 연령대별 인구분포가 급변했다. 성장과실을 독식했다는 비판을 받는 86세대가 2018년 인구총조사 기준 전체 5100만 인구 중 850만명으로 가장 많다. 60대도 580만명이나 된다. 이에 비해 20~30대는 각 700만명이고 10대는 500만명에 그친다.
 
이 같은 인구분포를 보면 현시점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50대 86세대가 대기업 임원과 국회의원 장차관 자리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신체적으로 50대는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세대비판, 세대갈등 담론의 핵심은 50~60대 기성·노령세대가 성장과실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단적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빈곤율은 50%에 육박해 전체 평균 빈곤율 15%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2.6%보다 훨씬 높다. 요즘 20~30대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결혼도 못한다고 불만이지만 쪽방에서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도 엄청 많다. 사람은 누구나 ‘내로남불’이다. 남의 떡은 커 보이고 자신의 불행과 고통은 늘 최악이다.
 
사회과학적으로 보면 애초에 비슷한 연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일반화하는 것은 지극히 비과학적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세대 일부에서 드러나는 아주 부분적인 현상을 세대 전체로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최근 ‘조국 사태’ 와중에 86세대 비판 담론이 다시 부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단언컨대 생존해 있는 850만명의 86세대 중에서 조국과 같은 경우는 채 8만명도 안될 것이다. 왜 나머지 99%까지 싸잡아 욕하는가.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대비판 담론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미래인 10대와 20대, 30대 젊은 세대를 운명론에 빠지게 하고 나약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대비판 담론은 젊은 세대에겐 유혹이자 마약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기성세대를 욕하고 탓하면서 넘어가게 해주지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축사회’의 저자 홍성국의 지적처럼 문제의 핵심은 세대갈등이 아니고 사회의 양극화다. ‘80대20’에서 ‘90대10’을 넘어 ‘99대1’로 옮겨가는 사회와 분배구조가 문제다. 더 이상 젊은 세대를 인질로 잡고 선동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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