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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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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기용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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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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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강하지 않으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반도체 기술에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의 계열사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반도체 굴기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밑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정상에 오른다'는 굴기(屈起)의 의미에 반도체는 딱 맞아떨어진다. 2017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2601억 달러. 전 세계 수요의 30%를 넘는다. 반면 수출은 669억 달러로 2000억 달러에 가까운 무역적자를 냈다. 미세먼지 지옥이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의 대부분을 반도체 수입에 소비했다.

'반도체가 강하지 않으면 (중국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중국 최초로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칭화유니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도 전 세계를 향해 반도체 굴기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중국은 조선, 철강,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에서 세계 1위에 올라 굴기에 성공했다. 다음 목표는 반도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추진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인 '13.5 규획'에서 반도체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정했다. '12.5 규획(2011~2015년)'을 통해 한국을 제치고 LCD 세계 1위가 된 사례를 재연하고 싶어한다.

이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삼성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철옹성 삼성전자를 밟고 올라서야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타도 삼성'을 목표로 인력 스카우트, 생산라인 베끼기 등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런 삼성전자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을 최근 리커창 총리가 방문했다. 중국 권력서열 2인자이자 경제를 총괄하는 리 총리의 발언은 삼성을 향한 구애다. "수년에 걸친 삼성과 중국의 협력은 첨단기술 협력이 고부가가치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하이테크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하고,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겠다."

중국이 1년여 만에 180도 돌아선 데는 미국의 봉쇄가 있다. 2015년, 칭화유니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호기롭게 제의했다가 퇴짜를 맞을 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설비 및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일체 금지했다. 칭화유니, 푸젠진화, 허페이창신 등 중국 반도체 굴기 3두마차는 제품 양산은 커녕 존폐기로에 몰렸다.

미국과의 마찰로 인한 위기를 한국, 그것도 삼성의 도움으로 풀고 싶다는 게 중국 당국의 속내다. 자기네가 반도체 강국으로 굴기하는데 도와달라는 것인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국을 압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뻔뻔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중국의 태도는 전통적인 '以市場 換技術(이시장 환기술)' 정책 기조다. 15억 인구의 시장을 줄테니 기술을 내놓으라는 거다. 사실 삼성 시안공장도 광대한 중국 시장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공장은 삼성이 해외에 만든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여기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금도 70억 달러 규모의 2기 라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은 이미 같은 방법으로 LCD, 휴대폰 굴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끝은 참혹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후이저우 공장 폐쇄를 마지막으로 중국 휴대폰 생산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13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토종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나마 휴대폰은 베트남, 인도로 성공적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이 애플의 팀 쿡 CEO(최고경영자)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탈 중국'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다르다.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 수출하는 몇 안되는 첨단산업이다. 한국의 R&D(연구개발) 고급인력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반도체마저 중국에 밀려, 값싼 노동력을 쫓아 생산기지를 옮긴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올 수 있다. 민간기업, 삼성에만 무거운 짐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광화문]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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