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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약개발 실패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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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승기 기자
  • 2019.10.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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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업계에 ‘임상시험은 실패했지만 신약개발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20여년간 신약개발에 매진한 한 바이오벤처기업 대표의 말이다. 신약개발에 실패했음에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일부 기업을 향해 내뱉은 쓴소리다.

신약개발 성공은 전세계 제약·바이오기업의 꿈이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신약후보물질 확보부터 출시까지 성공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신라젠, 헬릭스미스, 강스템바이오텍 등 ‘K-바이오’ 대표주자들도 좌절을 맛봤다.

글로벌 기업들도 신약개발 도중에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올해 초 로슈와 제넨텍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크레네주맙’ 임상3상을 중단했다. 분석결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로슈는 ‘크레네주맙’ 개발 실패를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같은 실패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달랐다. 로슈는 임상 중단 발표 당시 ‘중단 이유’를 설명하면서 실패를 인정했다. 또 해당 임상결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보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반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수치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실패가 아니다”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2차 평가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등의 변명을 쏟아내기 바빴다. 실수만 보완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결과를 포장하기도 했다. 실패에 엄격한 국내 투자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약개발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관문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이 경험을 적극 활용할 때 비로소 글로벌 신약이 탄생할 것이다.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 사진=민승기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 사진=민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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