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왜 양자인가?] <5>양자, 나노를 넘어

머니투데이
  •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9.10.28 13:42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2019 Quantum Industry Conference in SEOUL

2019 Quantum Industry Conference in SEOUL
2019 Quantum Industry Conference in SEOUL
양자물리학이 등장하기 직전인 19세기 말, 서구 선진국들은 과학과 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만 했다. 1874년 젊은 막스 플랑크에게 지도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물리학은 이제 거의 완성 됐어. 남아 있는 것은 몇몇 빈틈만 메우는 일이야.”

뉴턴의 고전물리학은 절정에 이르러 라플라스는 우주의 모든 천체의 움직임은 결정돼 있고, 현재 모든 입자들의 위치와 속도만 알면 모든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통합해 빛이 전자기파임을 밝혔고, 전자기파를 이용한 마르코니의 무선통신이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온갖 종류의 기계가 대량생산으로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에디슨은 백열등, 벨의 전화기 등등 신기한 발명들이 줄을 이었다. 1899년 미국의 특허청장 찰스 두엘이 “이제 이 세상에 발명될 만한 것은 모두 발명됐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퍼질 정도였다. 찰스 두엘의 이 말은 이제 가짜뉴스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만한 말이었다.

백열등의 필라멘트처럼 금속이 뜨거워지면서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의 빛을 내는 것을 흑체복사라고 한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처음에는 붉은 빛을 내다가 점점 노란빛을 거쳐, 더욱 짧은 파장의 빛이 강하게 더해지면서 하얗게 백열하게 되는 현상을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플랑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엉뚱한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빛이 가진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구슬을 하나 둘 셋하고 셀 수 있는 것처럼 불연속적이면 어떻게 될까 하고 계산을 했더니 백열현상, 즉 흑체복사의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빛 에너지가 덩어리져 있는 것을 에너지 퀀텀(quantum) 또는 양자(量子)라고 불렀다. 현대물리학 연구로 인해 빛 에너지 뿐 아니라, 원자 주변에 있는 전자의 궤도 에너지, 회전운동량 등 다양한 물리량이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돼 있음을 알게됐다.

1905년에는 양자화된 빛 에너지, 즉 광자(光子)의 개념을 이용해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설명했다. 광전효과는 일정 주파수 이상의 빛을 금속에 쬐면 그 빛의 광도가 낮아도 전자가 금속으로부터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플랑크는 에너지 양자를 이용해 흑체복사를 설명한 공로로 1918년에,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를 에너지 양자로 설명한 공로로 1921년에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양자물리학 이론은 1920년대 후반 큰 혁명을 맞이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비롯해 양자물리학에서의 측정에 관한 문제이다. 뉴턴으로부터 이어져 온 고전물리학은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형성했으며, 어떤 물체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물리량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그냥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양자물리학에서는 측정에 의해 여러 가능한 값 중에 하나가 결정론적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정해지고, 그렇게 물리량이 정해진 물체는 더 이상 측정 이전의 상태와 같지 않다. 이렇게 측정에 의해 물체의 상태가 확률적으로 또는 비결정론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양자상태의 붕괴”라고 한다.

양자물리학의 비결정론적인 면에 불만스러웠던 아인슈타인은 1935년에, 아주 먼 지점 두 곳에 걸쳐 있는 양자상태를 고안해 내어 양자물리학 이론이 완벽한 이론이 될 수 없음을 보이려고 했다. 이러한 양자상태를 얽힘이라고 하는데, 얽힘의 한 곳을 측정해 물리량이 정해지면 보존법칙에 의해 다른 곳의 물리량도 정해진다. 이때에 아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양쪽이 동시에 결정되므로, 어떠한 것도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 없다는 특수상대성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양자 측정으로 물리량이 비결정론적으로 정해지므로, 얽힘의 경우 양쪽의 상관관계는 형성되지만 인과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빛보다 빨리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어서 특수상대성 이론의 주장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인슈타인의 의문은 수십년동안 탁상공론처럼 여겨졌고 대부분의 양자물리학 교과서에서도 무시됐지만 이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은 저궤도 인공위성에서 양자 얽힘 상태를 만들어 양자암호통신에 이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인공위성의 영어 이름은 ‘미시어스’, 중국식으로 ‘무쯔’라고 하는데, 춘추시대 제자백가 중의 묵자(墨子)이다. 묵자는 겸애론을 설파한 사상가였을 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와 비슷한 기술자였으며, 특히 광학기술에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고, 중국은 양자통신 분야 최고의 기술과 함께 중국의 위인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양자물리학은 물질의 구성원리를 설명하는 궁극적 원리로 등장했고, 궁극의 기술은 양자물리학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멘델레이예프는 연금술 시대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원소 주기율표를 만들었지만, 양자물리학은 물질의 구성 원리를 설명함으로써 알케미(연금술)는 이제 진정한 과학으로서의 케미스트리(화학)가 됐다. 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미각, DNA, 광합성 등 생명현상도 양자물리학을 바탕으로 이해하게 됐다.

20세기 후반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디지털정보통신기술도 양자물리학에 의해 개발된 반도체와 레이저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다. 194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는 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였지만, 인텔창업자 무어의 법칙대로 1년 반마다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어 이제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가 됐다.

그러나 무어의 법칙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 나노미터 아래로 가면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0과 1이 불명확해지는 사태가 오고, 이는 비트를 단위로 하는 디지털 기술에 치명적이다. 여기까지 양자물리학은 디지털정보통신의 하드웨어만 담당하고, 소프트웨어나 운영체제는 수학적 정보과학이론의 몫이었다.

이제 나노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양자물리학을 하드웨어의 원리로서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까지 사용하는 양자정보과학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며칠 전 발표된 구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우월성 성취 소식은 중국의 위성 묵자호와 함께 미중 양자(量子) 기술전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신도시 호재에 우르르…4.7억 남양주 땅, 40억에 팔렸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부꾸미
제10회 청년 기업가 대회 참여모집 (-09/30)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