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흉가 철거에 골치썩는 日…혈세 회수는 '글쎄'

/사진=AFP.

주민이 사망하거나 떠난 일본 교외 집들이 폐허가 되면서 세금을 들여 해체해야 하는 흉물이 되고 있다. 주택의 노후화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본이 빈집 철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현의 오노미치시는 최근 주요 관광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2층 가옥을 강제로 철거했다. 방치된 빈집이 붕괴에 임박하면서 안전 우려가 커지자 방치하기 어려워졌다.


시 측은 철거비로 460만엔(4900만원)을 투자했지만 이를 회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등기부상 건물 소유자가 사망한 가운데 법정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했고,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 토지 처분을 통해 철거비를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키히로 히라타니 시장은 "사유 재산 처분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면서도 "붕괴했을 때의 피해의 크기를 생각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시가현의 야스시도 오는 11월 1억엔(10억원)을 들여 50여년 된 아파트 한 채를 철거할 예정이다. 지난해 지진과 올해 태풍으로 건물 상태가 악화되자 행동에 나섰다. 시측은 철거비 전액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유주 중 대다수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데다가 연락이 닿은 이들은 해체 비용이 너무 커 지불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본은 2015년부터 빈집 대책 특별 조치법을 시행해 안전 위험이 높은 빈집에 한해 지자체가 강제로 철거를 집행한다. 그러나 각 지자체들은 철거비 회수가 어려워지자 이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난해 말 기준 안전 위험을 수반해 철거 권고 조치가 내려진 빈집은 1만6500호에 달하지만 해체에 나선 것은 이중 1%에 불과하다.

주택이 노후화되는 가운데 빈집도 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아파트에 655만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30%가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20년이 지나면 준공 40년이 넘은 아파트 개수는 현재의 4.5배인 367만호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 주택의 14%에 달하는 846만호가 이미 빈집이다. 이중 단독 주택이 38%, 공동주택이 56%를 차지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소유자가 불명이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빈방이 있는 아파트는 전체의 3.9%, 빈방 비율이 20%를 넘는 아파트도 2.2%에 달한다.

이에 도쿄도는 내년 4월부터 1983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대한 관리 상황의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관리가 미흡한 주택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위험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도내 아파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4000채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문제를 사전에 파악해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금을 쓰지 않는 이상 주민들이 수리비를 부담해야하는데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조합의 수선 적립금이 계획보다 적은 곳은 전체의 35%, 3개월 이상 체납된 곳은 25%에 달한다. 노후 대책을 논의해본 관리조합도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파트가 위기에 직면하고 재해 위험이 높아졌다"면서 "100세 시대에 인간의 주거가 위협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