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찰관 극단적 선택, '멘탈관리' 사각지대(종합)

자료사진.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경기 화성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의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해 끝내 숨졌다. 허술한 총기 관리와 트라우마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쉽게 노출되는 경찰의 심리상담 지원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경찰관 총기사고, 개인행동 '사각지대'=29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이날 소속 순경 A씨(35)가 오전 6시30분쯤 근무하던 파출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A씨는 근무를 위해 지급된 38구경 권총으로 자신을 겨눈 것을 확인됐다. 당시 파출소에는 3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A씨는 건물 밖 흡연구역에서 극단 선택을 해 동료들이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총기 수령을 팀장 입회하에 하는 등 안전수칙을 세워 운영 중이지만 개별 행동까지 관리하긴 사실상 어렵다. 경찰은 총기 첫번째 칸은 비우고, 두번째 칸에 공포탄, 세번째 칸에 실탄을 넣어 불필요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관 총기 사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총 14건이 발생하는 등 끊이질 않고 일어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관리 문제 등의 정확한 사실관계는 우선 수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에서도 관리 수칙을 세워 지급이나 관리 요령은 엄격하게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도 "사실상 개인이나 개별 영역으로 들어가면 (철저 감독이 어려운)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고통 심각한 경찰, 탈출구는 없다(?)=고강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정신적 압박을 해소할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업무 특성상 PTSD에 쉽게 노출되지만 관리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다는 설명이다.

경찰관은 특히 강도나 살인 등 강력사건을 비롯해 많은 민원 업무, 밤샘 근무교대 등을 취급하다 보니 쉽게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경찰관 PTSD 실태와 제도적 대처 방안'에 따르면 경찰관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은 일반 공무원의 2배에 달한다. 또 경찰 10명 중 2명이 PTSD 위험군이다. 일반인 남성 평균인 4.8%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찰은 PTSD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들을 치유하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전국 9개소에 불과해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12만명에 달하는 경찰관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사실 극단적 선택은 개인적 원인이라고 해도 업무상 스트레스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경찰관들에 대한 적절한 PTSD 관리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