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수원 사장 "중국에 韓 원전 부품 구매 요청할 것"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중국원자력산업협회 책임자를 만나 한국 원전 부품을 사달라는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 외에도 부품과 설비개선 사업 등 다양한 통로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지난 29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6일 경주에서 한국·중국·일본·대만 원자력산업계가 모이는 동아시아 원자력 포럼을 개최한다"며 "이 자리에서 중국에 우리 부품 구매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원전업계의 세계 시장 진출은 대형 상용원전 건설사업에 초점을 맞춰 왔다. 첫 원전 수출 실적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체코 등에서 수주전에 뛰어든 게 그 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장이 있다"고 봤다. "주기기가 아니더라도 일부 부품, 보조기기, 소프트웨어 등 여러가지를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국내 건설 축소로 위기를 맞은 부품업계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중국은 폐쇄적인 곳으로 지금까지 원전 기술을 직접 제공한 국가 외에 제3국 부품을 구매하지 않아 왔다"며 "이번에 협상을 통해 파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품 수출 외 설비개선 시장 공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수로, 중수로를 가리지 않고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대만 등 여러나라와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이 줄면서 새로운 노력으로 시작되고 있기에 내년부터 아마 성과가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현재 추진 중인 원전 건설 수주와 관련해서는 체코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현재까지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은 체코"라며 "체코 정부가 내년 3분기에 원전사업제안서(TPO)를 공식 접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선호했던 두코바니로 (지역이) 확정됐고, 봉사활동과 아이스하키팀 후원도 진행 중"이라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러시아의 영향이 있어 (가능성을) 5대 5 정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원전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정 사장은 "상식과 과학기술에 기반할 경우 안전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은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월성 1호기의 경우 "누가 봐도 세울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의 경우 1983년 준공됐는데, 잔고장이 생겼고 압력관을 교체했지만 정확히 모르는 다른 이유로 서버렸다"며 "추가로 돈이 들어가는데 2022년까지 계속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는 경제성 평가 결과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정지를 의결해선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모르는 분들이 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그는 "원안위가 심사하는 것은 경제성이 아니라 한수원이 제출한 폐로 계획에 대해 안전성과 기술적 타당성"이라며 "(법적으로) 원안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공사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선 '전면 백지화'가 아니라 '보류'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정 사장은 "우리 법상 발전허가를 취득한 상황에서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형식적으로 보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없으니 사업을 하기 어렵지만 허가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사장은 한수원을 '세계적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세계적 추세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세"라며 "100% 원자력에서 에너지를 일부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가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했다. 또 "2030년이 지나면 (축적된) 재생에너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팔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