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만큼 안전한데…" 수소충전소는 억울하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수소충전소는 주유소만큼 안전하다.

수소충전소와 관련해 벌어진 사고 소식으로 우려가 있지만, 사고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수소 자체나 충전소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6월 10일 노르웨이에서 수소충전소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충전소 운영사인 '넬'(Nel)은 즉시 사고 파악 및 대응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약 2주 만인 지난 6월 27일 넬은 홈페이지에 "사고의 결정적 계기가 수소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넬은 "수소탱크에 있는 특정 플러그의 내부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수소가 누출되면서 벌어진 화재 사고였다"며 "사고 배경에는 인적 오류(human error)가 있다"고 밝혔다. 넬은 관리 문제를 인정하면서, 나사 관리 절차를 강화하는 등 안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중이다.

지난 5월 24일 강원 강릉에서 '수소탱크'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 사고는 수전해 방식(electrolosys)으로 수소를 얻어내는 연구시설에서 일어난 것으로, 상용화된 수소충전소는 완전히 별개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와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수소탱크에서 '산소 농도 필터'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소를 유입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 특히 사고가 난 탱크는 상용화한 시설이 아니라 개발용 시설이라, 안전 기준이 상용화한 수소충전소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종수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나라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관리법에 따른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수소가 혹시라도 샐 경우에 대비해 삼(3)중으로 알림 및 차단 장치가 있다"며 "휘발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는 위험이 수반되며 결국은 철저한 관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11월부터는 수소충전소에 설치되는 안전설비에 대한 인증이 의무화된다. 업계에선 수소충전소 입지 규제를 완화하되, 운영·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는 "한국의 수소충전소 안전 규정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 보다 강력한 편"이라며 "위험성 측면에선 수소충전소가 일반 주유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수소 역시 안전한 에너지원이다. 대중이 갖는 많은 오해 중 하나가 수소전기차 연료 등으로 쓰이는 수소가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소폭탄의 존재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 쓰이는 수소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분자(H2)이고, 수소폭탄 등에 사용되는 것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중수소와 삼중 수소는 섭씨 1억도의 온도와 수천기압의 압력 아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일반 상황에서는 절대 수소폭탄과 같은 폭발력이 생길 수 없다. 우리가 운전하는 수소전기차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그 사람은 노벨상을 그냥 받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