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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PS 던지지 마!" 7년 전, 리조 단장의 선택은 옳았다 [댄 김의 MLB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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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9.11.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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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우승 뒤 포옹하는 워싱턴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오른쪽)과 후안 소토. /AFPBBNews=뉴스1
2012년 가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는 꿈에서나 그렸던 구단 역사상 초유의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 해 워싱턴은 시즌 98승(64패)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올랐고 득실점 차 +137 역시 MLB 전체 1위였다. 구단의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까지 포함해도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이 딱 한 번(1981년)뿐이었던 워싱턴 구단으로선 그해 시즌은 절대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말 그대로 일생일대의 찬스였다.

아예 포스트시즌(PS)에 나가본 역사도 없어 그동안 꿈조차 꾸지 못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워싱턴 팬들로서는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워싱턴 팬들의 뜨거운 염원은 구단 단장인 마이크 리조(59)의 단호한 결정 하나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리조 단장은 그 해 9월7일(현지시간) 당시 24세의 떠오르는 슈퍼스타 영건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의 시즌 28번째 선발 등판을 마지막으로 그의 시즌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팀으로선 꿈에 그리던 고지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 결전 무대를 앞두고 팀의 최고 무기 중 하나를 스스로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사실 리조 단장의 결정은 이미 시즌 전부터 예고됐던 것으로 결코 즉흥적이거나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뽑힌 스트라스버그는 지명 때부터 ‘괴물투수’로 불리며 이듬해 전체 1번 지명선수인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워싱턴이 프랜차이즈 투타의 기둥으로 애지중지 키우는 선수였다. 그러나 2010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1년여의 긴 재활 끝에 2011년 9월 마운드에 복귀했다.

리조 단장은 그런 스트라스버그의 건강과 장기적인 커리어를 위해 2012년 시즌을 앞두고 그의 투구이닝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스트라스버그가 9월 초까지 투구이닝이 160이닝에 육박하자 그해 9월7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셧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워싱턴의 마이크 리조 단장(왼쪽)과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  /AFPBBNews=뉴스1
워싱턴의 마이크 리조 단장(왼쪽)과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 /AFPBBNews=뉴스1
보통 시즌이었다면 이 결정은 큰 이의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지만 그 해는 달랐다. 워싱턴은 구단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정규시즌 최고승률 팀으로 월드시리즈 우승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위치에 있었다. 스트라스버그에게 한 3주 정도 충분한 휴식을 주고 나서 플레이오프에 돌아오게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 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한 선발진의 핵심 스트라스버그가 빠져나간다면 워싱턴의 포스트시즌 희망도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구단 입장에서 일생일대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아무런 ‘융통성’도 없이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스트라스버그를 셧다운시킨 리조 단장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워싱턴이 플레이오프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팀인 세인트루이스에 2승3패로 패해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하자 리조 단장에 대한 비판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리조 단장은 그 해 스트라스버그가 무리하지 않도록 관리해 준다면 그 다음 시즌부터 그 결정에 대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기회’를 강조한 리조 단장의 구상은 그 이후에도 전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은 이후 수년간 허망한 포스트시즌 실패를 이어갔다. 2014년 내셔널리그(NL) 톱시드로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와일드카드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패해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모두 디비전시리즈에서 하위 시드였던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에 패해 첫 판 탈락 행진을 이어갔다.

2012년까지 4번 모두 포스트시즌 첫 관문에서 하위 시드팀에 패해 탈락한 것이다. 그로 인해 스트라스버그는 지난해까지 워싱턴 유니폼을 입은 첫 9시즌 동안 팀이 4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그가 등판한 플레이오프 경기는 3개뿐이었다.

사실 스트라스버그 시대의 워싱턴은 브라이스 하퍼, 맥스 슈어저, 스트라스버그, 지오 곤잘레스, 라이언 짐머맨, 앤서니 렌던 등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던 최고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그런 황금 멤버로 갖고도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하퍼가 프리에이전트(FA)로 떠나갔고 올해 시즌 후엔 스트라스버그와 렌던도 FA로 떠나갈 것이 유력시됐다. 만약 올해도 팀이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스트라스버그마저 떠나간다면 2012년 스트라스버그를 애지중지 아낀 리조 단장의 결정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컸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투구하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FPBBNews=뉴스1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투구하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FPBBNews=뉴스1
하지만 리조 단장의 결정이 나온 지 7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워싱턴은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우승을, 어쩌면 마지막 기회에서 기적처럼 일궈냈다. 그동안 톱시드로 나가 디비전라운드에서 탈락하던 팀이 이번엔 와일드카드로 나가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 경기를 무려 5번이나 모두 승리하며 끝내 정상에 섰다. 구단 50년 역사상 첫 우승의 감격이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스트라스버그가 있었다. 스트라스버그는 적지인 휴스턴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2차전과 6차전에서 상대 에이스이자 올해 아메리칸리그(AL)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인 저스틴 밸런더와 두 차례 선발 맞대결을 펼쳐 모두 승리하며 팀 우승을 견인하고 시리즈 MVP로 등극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전 전승,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포스트시즌을 5전 전승으로 마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렌던과 만 21세의 떠오르는 슈퍼스타 후안 소토, 불굴의 투혼으로 마운드를 지킨 슈어저 등 스트라스버그 외에도 워싱턴의 우승을 가능하게 한 선수들은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스트라스버그가 없었다면 워싱턴의 우승도 없었다는 것이다. 스트라스버그는 휴스턴과 7차전에 앞서 다저스와 5차전, 밀워키와 와일드카드게임 등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번이나 워싱턴의 운명이 걸린 벼랑 끝 승자독식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등판했고 이 경기에서 워싱턴은 모두 승리했다.

리조 단장은 월드시리즈 우승 후 2012년 스트라스버그를 셧다운 시켰던 결정에 대해 “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그들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이 판에서 나처럼 오래 버티려면 상당히 얼굴이 두껍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시 그 결정을 내린 뒤 난 아기처럼 잠을 잘 잤다”고 덧붙여 아무런 후회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신념과 원칙에 기초한 리조 단장의 과감한 결정은 7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서야 마침내 달콤한 열매로 돌아온 것이다.

마이크 리조 워싱턴 단장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이크 리조 워싱턴 단장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스트라스버그와 대조적인 케이스가 있다면 바로 뉴욕 메츠의 매트 하비(30)다. 하비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2014년 시즌 전체를 재활로 보낸 뒤 2015년 복귀해 바로 눈부신 활약을 했고 메츠는 그 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하비는 정규시즌에 거의 190이닝을 소화란 뒤 플레이오프에서 추가로 26이닝 이상을 던졌다. 총 216이닝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선수가 복귀 첫 시즌에 가장 많이 던진 기록이 됐다.

그처럼 무리한 탓인지 모르지만 이후 하비는 올해까지 다음 4년간 계속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단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올해 LA 에인절스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7.09를 기록한 뒤 방출돼 앞으로 계속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비는 현재 만 30세로 스트라스버그보다 1년 어리다. 물론 하비도 수술을 받은 뒤 스트라스버그처럼 잘 관리를 받았다면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의 1루수 라이언 짐머맨은 “종종 가장 어려운 결정은 인기가 없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구단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구단이 스티븐에게 한 일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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